[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직장 내 부조리한 노동과 성희롱에 시달리던 ‘나’는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을 줄곧 느낀다. 옥상 위에서 눈물을 훔치다 회사 언니들이 남겨 놓은 ‘주술비급서’를 발견하고 절망으로부터 빠져 나온다. 이야기의 표면엔 비급서가 있지만 나를 버티게 한 건 주변인들이 건네준 위로와 연대 의식. 현대사회의 평범한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작가는 부당한 조직관행을 살피고 단단한 연대의 힘을 만들어간다. 정세랑 작가가 작품활동 8년 만에 선보이는 첫 번째 소설집이다.
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창비 펴냄
관점을 비틀어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저자는 살핀다. 삶을 생각할 땐 그 반대편의 죽음에 비춰보고, 행복을 논하기 앞서 삶의 불확실성과 소소한 근심을 돌아본다. 일상과 학교, 사회, 영화, 대화에서 그가 경험하고 사유한 56편의 이야기들. 인류 문명의 향방에 대한 확실한 예측이나 인생의 확고한 의미에 대해 설파하는 책은 아니다. 그저 불확실성의 연속인 우리의 삶을 바로 보자는 얘기다. 찰나의 행복에 빠지기 보단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자는 말이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어크로스 펴냄
‘괜찮아’가 보편적 위로가 돼 버린 시대, 저자는 반문한다. “아니, 괜찮지 않는데?” 회사생활과 작가활동을 병행하며 그는 살아왔다. 안정과 꿈은 평행선을 달렸다. 주변에선 회사 생활을 권장했다. ‘안정적인 삶이 더 괜찮다’며. 조언을 위로 삼아 살아왔지만 유익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오히려 저자는 ‘괜찮지 않다’ 인정하고 전업작가 선언을 한 순간부터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책은 거짓 위로가 넘실대는 사회에 작가가 깨달은 진정한 위로와 용기의 의미를 살펴준다.
솔직히 말하자면 괜찮지 않아
최대호 지음|프로작북스 펴냄
분주하고 복잡한 세상 속 현대인들은 스스로를 잃어간다. 소란한 광고 소리, 뉴스 소리에 우리 영혼은 몸을 뉘어 쉴 곳 없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살피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 ‘자기 소외’다. 혜민 스님은 이런 삶의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생각의 쉼 시간을 마련해볼 것을 권한다. 잠시 멈춰 보면 자기 안의 소망과 삶의 방향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고요 속에서 오랜 기억과 감정으로부터 치유되는 자신을 볼 수 있게 된다.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혜민 지음|수오서재 펴냄
늘 자리에 있던 치즈가 없어지자 두 생쥐는 재빨리 치즈를 찾아 떠났다. 반면 꼬마인간 헴은 다시 치즈가 올 거라며 그 자리에 눌러 앉는다. “그래서 혬은 어떻게 됐나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읽은 무수한 독자들의 질문에 작가는 답하기로 했다. 과거 낡은 신념을 버리고 이제는 새 치즈를 적극 찾아 나선 혬의 이야기로. 작가는 이 책 출간 준비를 하던 지난해 췌장암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혬의 눈으로 변화에 적극 도전하는 삶의 중요성을 다시금 살펴준다.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공경희 옮김|인플루엔셜 펴냄
편의점 수입 맥주가 4캔에 1만원인 이유는 무엇일까. 저가항공사는 일본행 티켓을 어떻게 1만원 대에 내놓을까. 시장 모든 물건 마다 따라붙는 ‘가격의 매커니즘’ 때문이다. 경제지에서 오랫동안 유통 분야를 담당해 온 저자는 우리 삶에 미치는 가격의 영향을 실감나게 짚어준다. 이윤을 추구하려는 판매자의 욕망과 소비자의 지불 심리 사이에 서 줄을 탄다. 가격 뒤에 숨겨진 기업의 전략과 인간의 심리와 욕망을 살피며 가격이 결국 경제학이자 인문학의 요소임을 체감시켜준다.
보이지 않는 가격의 경제학
노정동 지음|책들의정원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