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로 시작된 2018년 4분기 어닝 시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장사 전반에 대한 실적 전망치가 빠르게 하향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충분히 낮아졌다고 여겨지던 시장의 눈높이에도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했고, LG전자까지 2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어닝 쇼크에 대한 공포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추정기관이 3곳 이상인 국내 상장사 204곳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37조543억원으로 한달 전(44조8539억원)보다 17% 감소했다. 현재 예상 영업이익을 3개월 전(47조6708억원)과 비교했을 때 22%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들어 기업이익에 대한 추정치 하향이 가파른 것이다.
여기에는 이미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13조4000억원)보다 2조6000억원이 적다. LG전자 영업이익은 753억원으로 3900억원가량이던 전망치의 20%밖에 안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하더라도 상장사 전반적으로 이익 추정치가 낮아지고 있다. 한달 전에 비해 예상 영업이익이 줄어든 곳은 130개(적자 확대 5개 포함)사로 전체의 64%에 달한다. 석달 전과 비교하면 70%가 넘는 상장사들의 이익 추정치가 하향됐다.
최근 한달 새 예상실적 하향폭이 가장 컸던 기업은 하나투어다.
하나투어(039130) 영업이익 전망은 63억원에서 25억원으로 줄었다. 면세사업 적자와 자연재해에 따른 일본 자회사의 실적 부진이 주요인이다.
S-Oil(010950)과
SK이노베이션(096770)도 예상 영업이익이 60%가량 감소했다. 두 회사는 국제유가 폭락의 여파로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Oil은 적자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생명과 OCI, 현대중공업지주도 영업이익 예상치가 한달 전보다 40~50% 정도 깎였다.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SK하이닉스의 예상 실적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상장사 전반의 추정치도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작년 4분기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상장사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29조원 수준으로 한달 전(35조원)보다 15%, 석달 전(38조원)보다 22%가량 줄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기업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던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과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글로벌 교역량 감소 등이 반영되면서 가파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은 올해 상반기 내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년간 4분기 실적만 봤을 때 유가증권시장 영업이익은 전망치를 15% 밑돌았는데 지난해 4분기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전년 동기보다 감익될 것"이라며 "이런 추세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1개월간 ▲정유 ▲반도체 ▲기계 ▲운송 ▲제약·바이오 업종의 4분기 실적 전망 하향폭이 확대되고 있어 어닝 쇼크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럴 때는 이익 개선폭이 크고 실적 전망이 안정적인 종목 중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추정치 간 편차가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낼 정도로 이익 추정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실적 추정치 간 편차가 크지 않아 가시성이 높고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업종으로는 화장품과 필수소비재, 소프트웨어, 미디어를 제시했고 종목 중에서는 LG생활건강과 코스맥스, 영원무역, 엔씨소프트, 농심, 에스엠을 꼽았다.
설 연구원은 "실적에 관심이 커지는 어닝 시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익 하향 조정폭보다 주가 하락이 큰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며 에너지와 IT 하드웨어를 관련 업종으로 제시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