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홍연 기자]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핵심 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퇴임 477일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11일 검찰에 출석한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일제 강제징용 재판 개입 의혹’부터 집중 추궁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했지만 구체적 혐의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부인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양 전 원장은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선에서 한 일이라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사법농단 의혹 '윗선'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피의자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100페이지가 넘는 질문지를 준비해 강도 높게 조사했다. 핵심 혐의(직권남용 등)인 ‘강제징용 재판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는 당일 오후 3시쯤 마무리 되는 등 속도감 있게 조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법관 블랙리스트’ 및 특정 판사들에 대한 뒷조사와 인사 불이익 처분 등에 대한 혐의는 추가 소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검 15층 1522호에서 시작된 조사는 늦은 밤까지 계속됐지만 자정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소환했을 때 자정을 훨씬 넘긴 새벽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전직이긴 하나 대통령 신분이기 때문에 단 한차례 소환으로 조사를 끝낸다는 방침도 있었지만, 그에 앞서 두 전직 대통령들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더라도 한번으로 끝내자는 입장이었다. 양 전 원장은 이번 조사에서 검찰의 추가 출석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기철·홍연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