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검·경 수사권 조정, 본질 잊어선 안돼

입력 : 2019-01-14 오전 6:00:00
새해 벽두부터 검찰개혁이 또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불씨를 당긴 것은 조국 민정수석이다. 조 수석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의 불가역적 변화를 위해서는 법률적 차원의 개혁이 필요합니다”라면서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입법을 위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이미 자체적으로 검찰개혁위원회를 가동시켜 검찰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화 방안을 수립하고 검찰과거사 진상조사와 수사과정의 변호인 조력권 강화, 검찰 수사 심의위원회 도입 등 의미 있는 개혁 작업들을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권이 들어선지 20개월이 다 돼가지만 검찰개혁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 형사법체계에서 검사는 수사권·수사지휘권 및 수사종결권을 가지며 공소를 제기·수행하는 공소권의 주체다. 따라서 경찰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국회사법개혁특위는 바로 이 지점을 변경하려고 한다. 즉 국회사법개혁특위가 검토 중인 ‘백혜련 의원 법률안(정부가 작년 6월에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토대로 했음)’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 양 기관을 상호 협력관계로 설정해 지휘관계를 폐지하고, 경찰은 1차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을 가지며,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송치 후 수사권·사법경찰관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 등 사법통제 권한을 갖도록 하고 있다. 
 
검찰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화두였다. 이는 검찰이 과도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검찰권의 남용에 따른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명제를 전제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실제로도 검찰권 남용이 여러 차례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검찰의 ‘힘’을 줄이자는 주장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즉 검찰과 경찰 간 힘은 서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권력을 나누는 것 이상으로 권력 간 견제를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백의원 안’은 다소 아쉬움이 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를 변호하다 보면 검사의 수사지휘가 있는 경우가 많다. 경찰단계에서 조사가 다 이루어졌다며 검찰로 기록을 넘긴다는 설명을 들었다 해도 얼마 후 ‘조사 받으러 나오시라’는 경찰의 연락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개 검사가 지적한 사항에 대한 보완을 위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겪다 보면 검찰에서 재차 수사를 받는 것 보다 경찰에서 아주 마무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이런 불편함이 있더라도 경찰 수사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견제하기 위해 사법통제는 있어야 한다. ‘백의원 안’에 포함된 검사의 사법경찰관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및 시정조치요구권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보다 심사숙고가 필요해 보인다.
 
반면 ‘백의원 안’은 근로감독관·세관공무원 등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해서는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즉 일반사법경찰관에 대해서는 수사지휘를 폐지하면서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해서는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그 차이를 모르겠다. 이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정 없이 진행된다면 자칫 형사법이 누더기가 될 우려가 있다. 
 
한편, 백의원 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등 중요범죄로 한정했다. 하지만 더 축소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검찰권 남용이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가 아닌 직접수사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이며 확인된 바다.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검찰권남용이라고 발표한 ‘2008년 PD 수첩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사가 피의자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조서를 작성하는 것이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지위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검사는 경찰의 수사를 통제하는 역할에 치중하는 것이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등장한 검사의 유래와 어울린다. 경찰의 1차적 수사권을 보다 광범위하게 인정해 권력자와 대기업 등 기존에 검찰이 직접 수사했던 대상들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검찰은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에 전념하도록 방향을 확실히 정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양 기관 간 견제를 통해 권한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데 있다. 6개월 연장된 국회사법개혁특위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보다 세밀한 논의를 전개하기 바란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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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