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안락사 논란'을 빚은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경찰에 고발당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관리·감독 의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설 보호소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함께 유기견 발생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17 동물의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지자체에게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에 위탁한 보호시설에 신고된 유기·유실 동물을 10만2594마리에 달했다. 이 가운데 5마리 중 1마리(20.2%)가 안락사됐으며, 자연사 비율도 27.1%에 달했다. 서울시의 경우 25개 구 모두가 위탁운영을 하는데 20개 자치구는 동일시설에, 5개 자치구는 동물병원에 위탁한다. 시가 올해 유기·유실 동물과 관련해 편성한 총예산은 8억원이며, 구조·보호·입양 과정을 포함해 한 마리 당 18만원으로 책정됐다. 책정된 금액으로는 4400여마리 밖에 구조할 수 없어 유기·유실된 동물 숫자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재원과 인력이 한정적이다 보니 구조되지 못한 유기·유실 동물들을 사설보호소에서 맡고 있다. 사설보호소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중 동물보호센터 준수사항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의 별다른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 정확한 통계나 운영 실태도 파악되지 않는다. 서울시에서 반려동물 문제를 다루는 전담 부서는 동물보호과 동물정책팀으로 이 팀에 속한 공무원은 팀장을 포함해 총 5명에 불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자체가 마음대로 인력을 늘릴 수 없고, 중앙부처에서 인력과 재원을 증원 시켜줘야 한다"면서 "사설보호소는 운영하는 단체마다 특성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우선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하는 실태조사를 지켜볼 일"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은 연구용역을 통해 전국 사설 유실·유기동물보호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유기동물보호소 293곳 가운데 지자체 직영으로 운영되는 곳은 2017년 기준 40곳뿐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위탁보호소다. 농식품부는 지자체의 직영 동물보호센터 설치를 지속해서 지원하는 한편 지난해 유기·유실동물 입양비 지원사업(7.56억원)과 올해 동물보호센터 구조·보호비 지원사업(4억원)을 신규로 반영했다. 동물권연구단체 피엔알(PNR) 공동대표인 서국화 변호사는 "지자체 보호소 수용 한계를 초과하는 부분을 사실상 사설보호소에서 해왔는데, 케어 사태를 계기로 제대로 정비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사설보호소 기준이나 규정을 만들 때 안락사의 근거 규정을 두는 쪽보다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설보호소에 대한 관리감독 규정과 함께 유기견 발생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로 동물 소유자의 자격을 엄격히 규제하고, 구조하거나 이미 태어나 있는 동물만 입양할 수 있는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주성일 용산구 수의사회 회장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필요한 역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유기동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기르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사회변화 팀장 역시 "물건 사듯이 쉽게 동물을 살 수 있게 하다 보니 책임감이나 기를 능력을 점검하는 과정 없이 반려동물을 맞이해 유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등록제 이행과 점검을 통해 유기동물을 방지하는 장치가 필요하고,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부담금이 큰데 이를 해결할 사회적 인프라도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도 "유기견을 입양하는 문화를 장려하고, 케어 사태를 통해 모든 문제를 전체적으로 점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자유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에 대한 동물학대 및 사기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