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사조대림이 계열사인 사조해표를 흡수합병한다. 사조대림은 지난 18일 합병계약을 체결했으며, 오는 4월29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승인되면 사조대림이 존속회사로 남으면서 올해 상반기 합병이 마무리된다.
이번 합병 추진에 대해 사조대림은 "관리 중복, 인력 배치의 경직성 등을 제거하고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통해 경영 효율성이 증대되고 상호 간의 시너지 창출로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해 회사의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이 더 건실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합병계약과 동시에 김상훈 사조해표 대표이사가 사조대림 대표이사도 맡았다. 사조산업 본부장 등을 역임했던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3년 임기로 사조대림 이사에 선임됐다.
시장에서는 사조대림의 합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나투자증권은 양사의 합병계약 체결 직후 낸 보고서에서 지배구조 강화와 단순화, B2C 영업력 강화 등 크게 두 가지 실리를 얻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사조산업의 합병법인 지분율은 33%로 상승하게 된다"라며 "사조해표가 보유한 사조대림 지분 16%, 사조씨푸드 지분 14%를 고려하면 합병법인에 대한 우호지분은 64%까지 상승한다"라고 밝혔다.
또 "사조그룹의 지배구조가 '주지홍 상무→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합병법인'으로 단순해진 가운데 사조대림을 중심으로 얽혀있던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됐다"라며 "앞으로 '사조시스템즈-합병법인'과 '사조산업-합병법인' 관계만 정리되면 순환출자는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양사는 영업망 통합을 통해 효율성 개선과 B2C 시장 내 역량 강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중장기 그룹 내 시너지 강화를 위해 1차 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계열사의 추가적인 흡수합병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경영을 이끌어 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는 사조대림이 합병 후 극복해야 할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투자증권은 지난해 사조대림의 매출액을 9300억원, 사조해표의 매출액을 6400억원으로 예상하고, 양사의 매출액을 단순합산해 합병법인의 매출액을 1조5700억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사조대림이 600억원, 사조해표가 190억원으로 합병법인이 7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합산에 불과한 데다 합병 과정에서 변동이 발생할 수 있지만, 매출액 1조5000억원대를 달성하면 단번에 식품업계 상위로 올라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금융감독원 공시자료 기준 국내 식품업체에서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한 곳은 총 20개사로 집계됐다.
현재 사조대림은 어묵, 맛살, 햄, 소시지 등 가공식품 제조업과 참치, 대구 원양어선 조업 등 수산업, 냉동식품과 육가공제품 도매업, 종속사 사조오양 제품의 국내 판매 대행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맛살류 제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시장점유율 35.0%로 30%대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어묵류 제품 시장점유율도 30%대를 유지하면서 1위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3분기 32.9%로 CJ씨푸드의 38.7%보다 하락했다.
사조대림은 주력 제품 외에도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제품도 강화했다. 주요 제품으로는 식사용 간편식 '가마솥 직화방식 볶음밥'과 안주용 간편식 '즉석포차' 등을 출시했다. 디저트 문화가 확산하는 추세에 맞게 '로얄 프레즐' 등 프리미엄 제품도 선보였다.
사조해표는 식용유를 비롯해 사료 제조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대두박, 참치, 김, 장류 등 OEM 상품을 주로 생산한다. 주요 제품 중 하나인 식용유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7년 닐슨 기준 30.4%로 CJ제일제당의 33.9%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 서구 남부민동에 있는 사조대림 부산공장.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