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31일 2·27 전당대회 출마자격 논란을 빚은 황교안 전 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출마 길을 열어줬다. 전날 출마 선언을 한 홍준표 전 대표를 포함해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 등 보수진영의 잠재적 대선주자 '빅3'의 당권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책임당원 자격요건의 변경을 요청한 대로 의결했다"며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은 전당대회 기탁금을 납부하고 후보자 등록을 마치면 책임당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의 이같은 결정은 유력 당권주자를 낙마시킬 경우 생길 당 안팎의 거센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대위 내부에선 일부 의원들의 반대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의가 있었으나 전체 논의에 따라가겠다는 입장"이라며 "표결하지 않고 의결했다"라고 전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소위 말하는 메이저 전당대회 후보들이 출마하지 않고 다음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런 개인적 의견을 관철할만한 여유가 없었다"며 "내 마음과 달리 책임당원 부여 문제는 다른 상황"이라고 했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의 출마 자격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한국당 당권경쟁 구도도 뚜렷해지고 있다.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 오 전 시장이 선거 초반 3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보수진영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이렇게 동시에 당권경쟁에 뛰어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내에선 이번 전대를 '차기 대선 경선 미리보기'로 주시하고 있다.
'빅3'를 견제하는 다른 후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당대표 출마에 나선 심재철·정우택 의원은 '빅3'를 겨냥해 "대선에 나서는 당대표는 안 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심 의원은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수권 정당의 발판을 마련하는 총선 필승용 관리형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고, 정 의원은 "당권과 대권후보를 분리해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왼쪽)와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