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 시대의 디킨스'라는 별칭을 얻은 프레드릭 배크만. 전작에서 그가 설계했던 세계 ‘베어타운’은 실업과 빈부격차, 여성혐오 등 우리 삶을 비춰주던 거울이었다. 신작에서는 이 세계를 보다 확장된 형태로 다듬어 우리들을 돌아보게 한다. 정치적인 술수와 페미니즘, 공동체의 파괴 등 이 시대 난무하는 현안들이 소설 속 주인공들을 통해 이야기되고 해결된다. 치유와 화해, 회복과 회생이 구체화되는 ‘뉴 베어타운’을 통해 폭력과 증오로 얼룩진 오늘날 희망 씨앗을 흩뿌린다.
우리와 당신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이은선 옮김|다산책방 펴냄
인간은 왜 타이포그래피를 할까. 자신의 개성과 말투가 사람들의 눈에 더 잘 보이고 더 잘 읽히길 바라서이다. 보다 나은 의사소통으로 공동체를 더 잘 가꿔보기 위함이기도 하다. 저자는 한국을 비롯 아시아와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글자를 토대로 ‘세상’을 읽는다. 바흐의 자필 악보와 윌리엄 모리스가 디자인한 책 등을 살피며 예술인문학적 사유를 펼치기도 한다. 우리 곁을 스쳐가는 문자들이 삶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구성됐는지 전문가적 시선으로 살펴준다.
글자풍경
유지원 지음|을유문화사 펴냄
누군가가 수십억원의 파티를 열 때 지구 어딘가의 아이는 5초마다 아사한다. '세계적 풍요를 누릴 수 있다'는 자본주의 구호는 결국 '풍요 속의 빈곤'에 불과한 것인가. 스위스 사회학자이자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인 저자는 오늘날 세계의 빈곤이 소수 기득권층의 ‘식인 풍습’ 때문이라 답한다. 극히 적은 소수가 제 3세계의 고통과 빈곤을 먹고 자랐고 불평등한 현실을 외면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 차원을 초월하는 부 독점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을 짚기도 한다.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장 지글러 지음|양영란 옮김|시공사 펴냄
20만년 동안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 형질’ 덕에 멸종하지 않을 수 있었다. 식욕 본능은 굶주림과 아사로부터 우리를 구제했으며 몸 속 물과 소금 보존 본능은 치명적인 탈수를 예방해줬다. 그런데 최근 2세기 동안 그 생존 형질이 변형돼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과식으로 발전한 식욕 본능은 비만과 당뇨를 낳고, 체내 높아진 나트륨은 고혈압을 일으켰다. 괴물마냥 지나치게 변형돼 버린 ‘유전자의 역습’. 저자는 정밀 의학 시대의 도래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엿본다.
진화의 배신
리 골드먼 지음|김희정 옮김|부키 펴냄
신년 목표를 세워도 자꾸만 결심이 미뤄지고 실패하는 것은 왜 일까. 세계적인 심리학자 겔페린은 ‘억지로 하려는 마음’이 실제 실행 추동력을 억제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행동 자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불쾌감을 줄이는 환경 설계’가 필요하다. 즉 잠들기 전 30분 독서를 목표로 세웠다면 책과 스탠드가 침대와 멀리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하기 싫다는 욕구를 우선 차단함으로써 실행이 촉진된다는 그의 설명은 행동경제학 이론 ‘넛지’를 연상케 한다.
정말 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 싫어
로먼 겔페린 지음|황금진 옮김|동양북스 펴냄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쌓고 있지만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대한민국 청년들. 일자리부터 주거, 결혼, 출산 문제까지 그들의 고민은 곧 사회와 국가의 고민이 되고 있다. 책은 청년들의 삶에 귀 기울이는 데서 이 같은 문제의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 생산직 노동자, 고시원 거주자, 전업주부, 대학원생 등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실존의 문제를 고민한다. 스페인의 ‘포데모스’, 대만의 ‘시대역량’ 같은 청년 정치 세력에 주목하며 ‘낡은 사고관’을 타파할 가능성을 모색한다.
청년현재사
김창인·전병찬·안태언 지음|청년담론 기획|시대의창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