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손상이 뚜렷한 뇌성마비로 인한 마비증상을 먹는 약으로 단시간 내에 고칠 수 있다면 이는 명백한 사기다. 신생아 뇌출혈이나 백질연화 등 뇌피질의 손상이 뚜렷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먹는 약만으로도 빠른 시간 내에 회복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자폐는 뇌손상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서서히 악화 진행되는 질환이기에 적절한 약물 치료를 하면 호전이 가능하다. 그 예로 장내세균총의 구성을 바꾸는 것만으로 자폐증 호전에 성공한 아리조나주립대학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바 있다. 장내세균의 조성을 바꾸는 시도 이전에 영양제를 이용한 치료법이 광범하게 시도되어 성과를 내기도 했다.
비타민-미네랄 등의 영양제를 이용한 자폐증 치료에서 최초로 정식화하며 성과를 낸 사람은 버나드 림랜드 일 것이다. 유아자폐증(INFANTILE AUTISM)의 저자이며 자폐연구소(Autism Research Institute) 회장이었던 림랜드 박사는 1964년경 200여명의 자폐아동을 상대로 비타민-미네랄을 투약한 후 효과를 관찰하는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는 4개월간 비타민B 등의 영양제를 투약한 결과 대략 30~40%의 자폐 환자들의 증상이 현격하게 호전되었다고 보고했다. 그 이후 레롤드라는 연구자는 91명의 환자에 관한 결과를 요약했는데, 14%는 현격한 호전, 33%는 약간 호전, 42%는 변화 없음, 11%는 악화로 보고했다.
3~4개월간의 영양제 치료를 진행한 것만으로도 30% 가량의 아동이 현격한 호전을 보였다니 놀라운 결과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종합하면서 림랜드 박사는 자폐스펙트럼장애란 결국 비타민B복합군의 영양결핍에서 유발되는 영양 의존증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정의하였다.
림랜드 박사 식으로 정의한다면 자폐아동마다 자폐증을 유발하는 영양소의 결핍이 존재하기 때문에 특정 영양제를 보충해주는 것만으로도 자폐는 호전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영양제 공급을 적절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빠르게 자폐를 벗어난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림랜드 박사의 보고 이후에도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영양제를 이용한 자폐치료의 시도가 지속되어 왔다. 다만 림랜드 이후에 보고된 내용들을 보면 의사들마다 비타민 처방이 다르고 치료의 일관성과 논리성도 매우 적으며, 데이터의 객관성도 적어서 오히려 더 후퇴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림랜드 박사의 시도에서 얻어지는 교훈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에게 적절한 영양치료를 진행한다면 자폐는 아주 빠르게 호전 가능하다. 둘째, 자폐는 뇌신경 질환이지만 빠르게 변화가 가능한 가변적인 신경질환이다.
필자는 한의사로서 한약을 이용해 자폐증 치료를 시도한다. 한약은 통념상 오롯이 보약으로서의 효과는 인정된다. 천연물을 이용한 어린이 영양요법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비타민이 효과를 내듯 한약 사용만으로도 아동의 면역력이 좋아지며 자페증 증상도 극적인 호전을 보일 수 있다.
필자가 림랜드식의 비타민-미네랄 요법을 하지 않는 것은 영양요법을 반대하기 때문이 아니다. 영양요법의 호전율에 비해 한약을 이용한 호전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영양요법이 30% 가량의 호전율을 보이는 반면 한약을 이용해 치료한다면 3개월 이내에 대략 90%가 넘는 호전율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약을 이용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아주 중증의 자폐증에 한해서만 한약치료와 비타민요법의 결합을 시도한다. 장내세균치료건 비타민-미네랄 치료법이건, 한약을 이용한 치료법이건 자폐에서 빠르게 호전되는 아동들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플로어타임센터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 (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