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큰 꿈은 보통 낯설게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겠다', '대통령이 되겠다', '구글 같은 회사를 만들겠다', '나라를 뒤흔드는 앵커가 되겠다'처럼요. 하지만 저는 우리 사회도 노력하고 준비하고 때가 되면 꿈을 실현하는 이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이것이 가능한 생태계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썼습니다.”
2006년 장편소설 '파라다이스 가든'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권기태 작가가 장편소설 '중력'을 펴냈다. 우주를 꿈꾸던 한 샐러리맨 연구원이 우주인에 도전하는 이야기로,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이 되기 위해 나선 이들의 도전과 경쟁, 우정을 그린 책이다.
작가 이전 그는 동아일보 사회부, 문화부에서 14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다. 2006년 러시아 즈뵤즈드니 고로도크까지 동행하며 직접 국내의 우주인 선발 경쟁을 지켜볼 수 있었고, 어느 샐러리맨의 탈락에서 소설 모티프를 얻었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그는 "(소설은) 생태보호연구원에 매일 출근하는 식물 연구원 이진우가 우주인 선발 소식을 접하고 기꺼이 도전에 임하는 내용"이라며 "역경에 부딪히고 현실의 수렁에 빠지는 과정에서 고비와 위기를 어떻게 넘기는지, 그 영혼이 어디까지 도달하는지,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우주인이 되겠다는 꿈이 허무맹랑하지 않냐는 물음에는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13년 전 국내에서 선발 공고가 났을 때 3만6000명이 자원했다. '왜 내가 돼야 하는지'를 서류로 절절하게 밝힌 사람 규모가 그 정도"라며 "지금까지도 왜 두 번째 우주인을 안 뽑느냐는 요구들이 나오고 있고, 달 착륙 50주년인 올해 우리나라에서 우주청을 세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리 사회가 너무 이 분야를 낯설어 하고 멀리하지는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만 해도 12명이나 되는 우주인이 나왔고 이 중 절반이 100일 넘게 우주에 머물렀다. 영국에서는 우주 유영까지 한 우주인들이 있다"며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김태우가 빈약한 우리 우주계 현실을 열변하는 데 그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소설은 꿈을 위해 무한 경쟁이 요구되는 우리 현실을 거울처럼 비춘다. 주인공 이진우를 비롯한 네 청년은 우주인이 되기 위해 '가가린센터'에 입성하지만 간발의 차로 붙고 떨어지는 과정을 거치며 울고 웃는다.
하지만 경쟁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지고 동료들을 격려하는 인간다운 모습도 그려진다. 작가는 "꿈을 이루려면 경쟁이 요구되고 이 같은 오늘날 모습이 우리 사회의 상징이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끝내 이인삼각처럼 힘을 모아 쓰러진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주고 함께 나아가는 생태계가 됐으면 한다"고 글을 쓴 취지를 밝혔다.
최근 스스로 '꿈이 없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꿈은 노력과 희생을 요구한다"며 "이렇게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자의든, 타의든, 우리 사회든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혼자서 안 될 일이라고 생각되면 손을 맞잡고 치열하게 파고 들어야 할 것"이라 언급했다.
작가는 13년 동안 소설을 총 35번이나 고치고 다듬었다. 참신한 소재로 소설을 써보겠다는 오랜 꿈 때문이었다. 현실이란 '중력'을 거슬러 '꿈'에 도달하기 위한 항로가 소설 속 주인공들과 똑 닮은 모습이다.
"소설은 우주인의 세계에서부터 샐러리맨 이야기, 가족의 아픈 이야기, 과학자의 이야기, 사색가의 이야기로 깊어지고 넓어집니다. 소설 인물들은 모두 저와 동행했던 제 분신이고 제 자신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중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권기태 작가. 사진/다산북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