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가 컨벤션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를 누리지 못한 채 막을 내리고 있다. 전대 초반부터 이어진 황교안 후보의 독주가 막판까지 이어지면서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만 확인했다는 평가다. 태극기부대를 중심으로 한 욕설과 막말, 5·18 폄훼 발언, 탄핵 논란 등 부정적인 이미지도 부각됐다.
25일 한국당에선 "이번 전당대회처럼 관심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전당대회가 보기 싫어진다"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교안·오세훈 등 대권 '잠룡'인 거물급 인사가 당대표 후보로 출전했음에도 오 후보의 예상 밖 부진과 잇따라 발생한 부정적 이슈들이 전대 흥행을 가로막았다는 지적이다.
한국당 전대를 시작부터 발목 잡은 건 "5·18은 폭동"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 등의 발언이 여과 없이 나온 '2·8 공청회'였다. 5·18 폄훼 발언 당사자로서 징계 유예 결정을 받은 김진태 당대표 후보와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는 이를 계기로 5·18 논란을 정치 쟁점화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때 당시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3.7%포인트나 하락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 여부를 다시 들춰내고 태블릿PC 조작 등이 화제가 되면서 한국당이 아직까지 '박근혜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했다. TV토론회에서 후보들 간 주요 충돌 지점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인정하느냐" "태블릿PC 조작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이었다. 이러한 논란들이 미래 비전을 향해야 할 전당대회를 과거에 묶이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극우성향의 태극기부대 목소리가 커지고 과격한 발언들이 등장해 도마에 올랐다. 특히 19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인사말 순서에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쏟아내는 촌극을 벌였고, 청년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준교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저딴 게"라고 지칭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부각된 한국당의 우경화 논란은 결국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졌다. 전당대회 현장투표율은 평균 5.88%을 기록하며 2017년 7·3전당대회(7.04%)와 비교해 1.16%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모바일 투표율도 7·3전당대회에서 기록한 20.89%를 밑도는 수준인 20.57%를 기록했다. 전국 현장 투표율과 모바일 투표율을 합친 투표율은 24.58%로, 2년 전 25.24%보다 낮게 집계됐다.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들이 23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합동TV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태·오세훈·황교안 후보.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