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가 향후 5년간 45조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또한 2022년 자동차 부문 이익률 7%, 자기자본이익률(ROE) 9% 등의 목표를 제시하면서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현대차는 오는 2023년까지 신차 등 상품 경쟁력 확보에 20조3000억원, 시설 장비 유지보수와 노후 생산설비 개선 등 투자에 10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를 이끌고 있는 SUV 및 고급차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한 단계 높여 점유율과 수익성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SUV의 경우 지난 2017년 4종에서 오는 2020년 8종(제네시스 브랜드 포함)으로 모델 수를 대폭 늘려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고급차 시장에서는 미국 내 제네시스 판매를 본격 확대한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1만580대를 판매해 고급차 시장 점유율이 1.6%에 그쳤지만 올해는 3만1000대로 점유율을 4.8%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 SUV 'GV80'이 올 하반기 출시되면 판매량 증가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의 신규 디자인 철학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를 바탕으로 3세대 플랫폼과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다양한 신차들이 올해부터 연이어 출시되는 만큼 '신차 빅싸이클'이 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판매 역량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한 미래 기술 투자에 14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100년만에 찾아온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대격변기를 맞아 미래 자동차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을 목표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과 협력해 공유경제 시장의 핵심 사업자로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가 27일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셀프카메라 형식의 영상에 등장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지난해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오픈 이노베이션 기조에 따라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인 그랩과 전기차 전용 차량 호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인도 카셰어링 업체 레브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미고 △호주의 P2P 카셰어링 업체 카넥스트도어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확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는 향후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역량을 한층 제고하고 혁신적 모빌리티 서비스를 지속 개발하는 등 제조와 서비스를 융합한 사업기회 발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전동화 시장에서는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에 대한 기술 우위를 더 강화해 세계 시장 선도를 지속한다.
오는 2020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출시를 통해 상품성과 효율성을 비롯, 전기차 시스템 응용 기반의 혁신성을 제고한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자하고 5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 대중화를 선도하고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사회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등 미래 스마트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현대차는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ADAS) 및 자율주행 기술을 꾸준히 고도화 하는 동시에 2021년에는 국내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미래 초연결 사회에서 허브 역할을 하게 될 커넥티드카 분야에서는 글로벌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최근 몇년간 부진했던 실적개선에도 적극 나선다. 사진/뉴시스
한편, 현대차는 실적 개선에도 적극 나선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15년 6조3579억원에서 2016년 5조1935억원, 2017년 4조5747억원, 2018년 2조4222억원으로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원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13년 18.6%에 달했던 ROE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1.9%까지 떨어졌다. 과거에는 100억원의 자본을 투자했을 때 18억6000만원의 이익을 냈다면 지난해에는 1억9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ROE가 높은 기업은 경쟁 우위에 있거나 적극적인 주주환원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며 "ROE 목표 달성을 위해 수익성 향상, 주주환원 제고, 효율적인 자본운영 정책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우수한 성능의 신규 플랫폼 적용, 권역별 생산·판매·수익성 통합 관리로 원가 구조 및 경영효율성 개선 등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하고 브랜드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차별화된 마케팅, 효율적인 인센티브 운영 전략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 확대로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할 것"이라며 "다각적인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통해 약속한 수준 이상의 ROE 달성을 조기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6일 이사회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정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면서 "정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 전면에 나서게 됐다는 점에서 미래 비전 제시와 실적 개선이 중요한 경영 과제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