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글래스 루이스에 이어 ISS가 22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세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지지하고 나섰다.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반대했던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이번에는 엘리엇의 배당안에 반대 권고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주총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표 대결에서 현대차가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1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ISS는 오는 22일 예정된 현대차 주총에서 엘리엇이 제안한 배당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연구개발(R&D)과 미래 자동차 시장 대응 등을 감안하면 엘리엇의 배당 요구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앞서 엘리엇은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현대차가 제시한 1주당 4000원과 차이가 크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ISS의 발표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회사측은 “현 시점에서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엘리엇의 방안대로라면 배당 금액이 4조5000억원, 우선주까지 더하면 5조8000억원으로 증가해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6450억원을 훨씬 상회하게 된다”고 전했다.
앞서 글래스 루이스도 최근 현대차 배당안을 찬성하고 엘리엇 제안은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보고서에서 “이번처럼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달라는 제안에 대해 주주들의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면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경쟁력 향상과 장기적 수익률 제고를 달성하기 위해 상당한 R&D 비용과 잠재적 인수합병(M&A) 활동이 요구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연구소도 이날 발간한 ‘2019년 정기주주총회 임원 선임 및 배당 특이안건 분석’ 자료에서 엘리엇 배당 제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연구소는 “주주제안의 배경은 현대차가 약 9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현대차는 향후 5년간 45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연평균 9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공시한대로 투자가 이뤄진다면 현금배당 지급여력이 축소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엘리엇이 주총을 앞두고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는 현대차 방안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글래스 루이스와 ISS가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 권고를 한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당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엘리엇의 편을 들면서 현대차그룹은 승산이 낮다는 판단에 결국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임시 주주총회를 취소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엘리엇이 자신들의 모든 카드를 공개했고 주주들의 선택만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대차에 승산이 다소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번 주총에서 단기적인 이득보다 현대차의 지속발전 가능성에 초첨이 맞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차가 제안한 사외이사 안에 찬성을 한 반면, ISS는 엘리엇이 제시한 3명 중 2명에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권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주총에서는 배당 안건보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현대차와 엘리엇 간 치열한 맞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