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정부가 신남방 정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순방에도 프랜차이즈업체가 대거 동행해 진출을 모색했다. 특히 한-말레이시아 양국이 할랄(Halal) 시장 진출에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미 현지에 진출해 있는 식품업체들도 확장의 기회를 노린다.
14일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이번 말레이시아 순방에는 총 15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 중 한식, 일식, 치킨, 피자, 커피 등 외식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가 11개다. 이들 업체는 코트라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13일(현지 시각) 샹그릴라 쿠알라룸푸르 호텔에서 진행한 프랜차이즈 말레이시아 진출 상담회에 참여했다. 이들 업체는 할랄 시장의 교두보인 말레이시아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순방에 동행한 푸드죤은 피자마루를 운영하고 있다. 피자마루는 지난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기획재정부 직원들에게 300판을 선물한 피자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피자마루는 2012년 해외사업부를 신설한 후 현재 홍콩, 싱가포르,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놀부는 1990년대 초반부터 일찌감치 세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일본을 비롯해 중국, 싱가포르에서도 한식을 전파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한식으로 김치와 수육이 강점인 놀부보쌈 브랜드는 말레이시아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팔이구이, 팔색삼겹살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팔푸드도 중국, 대만, 미국, 태국 등에 이어 말레이시아를 겨냥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위주로 꾸려졌던 이전 순방과 달리 이번에는 프랜차이즈업체가 대거 참여했다"라며 "그동안 계속해서 세계 시장 진출을 모색한 이들 업체가 이번 기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말레이시아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피자마루 싱가포르 2호점 오픈을 기념해 국내와 현지 업체 관계자들이 사진 촬영하고 있다. 사진/푸드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시장에서 할랄 인증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식품업체는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삼양식품은 전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이 사는 동남아 진출을 위해 2014년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 할랄 인증, 2017년 인도네시아 무이(MUI) 인증을 받은 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할랄 시장에 뛰어들었다. 말레이시아 시장은 현지 자킴(JAKIM) 할랄과 교차 인증이 되는 KMF로 수출 기반을 마련했다.
삼양식품은 현재 말레이시아에 라면 제품 30종을 수출하고 있으며, 수출액은 2016년 65억원, 2017년 140억원, 2018년 170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한국 드라마 등 한류 영향과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 선호도 등의 영향으로 온몰, 콜드스토리지 등 마트와 세븐일레븐, 마이뉴스닷컴 등 편의점에서 '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치즈불닭볶음면' 등 불닭 시리즈 9종이 모두 판매된다. 이들 제품은 5입 멀티 기준으로 평균 7000원의 비교적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지난 2010년 마요네즈, 2012년 재래김 등을 시작으로 현재 40개가 넘는 품목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이들 제품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으며, 대상은 현지 소비자에게 더 친밀감을 주기 위해 인도네시아어로 패키지를 제작한 전용 제품 '마마수카(MAMASUKA)'를 출시했다. 대상FNF는 2009년 종가집 김치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수출을 시작했고, 2010년부터 아랍에미리트로 시장을 넓혔다.
신세계푸드는 2017년 11월 말레이시아 대표 식품업체 마미 더블 데커(Mamee Double Decker)와 설립한 합작법인 신세계마미(Shinsegae Mamee)를 통해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대박라면 김치 맛'과 '대박라면 양념치킨 맛' 등 2종은 한류 열풍을 타고 월평균 30만개, 1년간 누적 판매량 400만개를 돌파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으며, 이에 힘입어 신세계푸드는 이달 '대박라면 고스트 페퍼 스파이시 치킨 맛'을 추가했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을 의미하며, 할랄 인증은 무슬림이 먹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 처리, 가공된 식품과 공산품 등에만 부여된다. 다국적 정보기업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할랄 식품 시장 규모는 전체 식품 시장의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한화로 약 3000조원 규모다.
할랄 인증을 받은 수출용 '불닭볶음면' 제품 이미지. 사진/삼양식품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