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면적 7㎡ 이하, 창 없는 고시원 못 짓는다

서울시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 발표

입력 : 2019-03-18 오전 11:33:51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앞으로 서울시내 고시원들은 창문(채광창)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각 방 전용면적도 7㎡ 이상으로 해야 한다. 
 
서울시는 주거인권과 안전을 보장하고자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18일 발표했다. 현재 서울엔 전국 1만1892개의 절반 가까운 총 5840개의 고시원이 있다. '다중이용업소안전관리법'에 따르면 고시원은 구획된 실 안에 학습자가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숙박 또는 숙식을 제공하는 형태를 말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6년 1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노후고시원을 리모델링한 청년 주거공간 셰어 어스(SHARE-US)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서울 도심의 고시원들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도 고시생의 공부방이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 취업준비생 등 주거취약계층이 머물고 있다. 주로 창문 하나 없는 1평(3.3㎡) 남짓한 방들이 폭 1m가 채 안 되는 복도를 중심으로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형태다. 지난해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사고와 같이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스프링클러조차 없어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곳도 많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을 처음으로 마련해 노후고시원 리모델링 사업 등에 적용한다. 방 전용면적은 7㎡(화장실 포함 10㎡) 이상으로 하고, 각 방마다 창문(채광창)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내용이다. 민간 확산을 위해 국토부에 다중생활시설(고시원) 건축기준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 방 실면적은 4~9㎡(1~3평)이었다. 창문 없는 방(먹방)의 비율도 74%에 달했다. 지난 2013년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1인가구의 최소주거조건을 14㎡ 이상 면적에 전용부엌과 화장실을 갖추도록 했지만 고시원은 다중생활시설로 적용받지 않는다. 다중생활시설(고시원) 건축기준은 복도폭만 제시하고 실면적, 창문설치 유무 등은 기준이 따로 없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중앙정부 협력해 소급 적용해 2년 안에 모든 고시원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 서울시는 올해 총 15억원을 투입해 노후 고시원 75곳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한다. 간이 스프링클러뿐 아니라 외부 피난계단이나 비상사다리 같은 피난시설도 함께 설치한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부터 고시원 간이 스프링쿨러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고시원 밀집지역엔 건물을 임대해 빨래방, 샤워실, 운동실 등 고시원에 부족한 생활편의·휴식시설을 집적한 공유공간 고시원 리빙라운지(가칭)를 설치한다. 노후 고시원 등 유휴건물을 셰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해 1인 가구에게 시세 80% 임대료로 공급하는 리모델링형 사회주택도 올해 총 72억원을 투입한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전국 최초로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총 288호(17개 동)를 공급했고, 이 중 고시원은 총 110호(6개 동)이다. 민간에서도 노후 고시원을 공유주택으로 용도 변경해 1인가구 주택 공급 활성화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병행한다.
 
저소득가구 임대료 일부를 지원하는 ‘서울형 주택 바우처’ 대상에 고시원 거주자도 새로 포함해 월세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1인당 월 5만원 상당으로 수혜대상은 약 1만가구에 달한다. 류 훈 주택건축본부장은 “고시원이라는 주거형태는 최소한의 인권,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며 “고시원 거주자의 주거 인권을 근본적으로 바로세우고 안전과 삶의 질을 강화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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