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20일 ‘다스(DAS)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취지의 지난 검찰 조사에서의 본인 진술에 대해 “정확히 진술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며 번복했다.
이 국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가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진행한 17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국장은 변호인 심문에서 “조사 받으면서 포기하고 제 판단으로 ‘이 전 대통령 거라는 거다’ 이런 생각으로 이야기했다. 자포자기로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증인이 구체적으로 가평빌딩은 누구 거고, 이촌동 상가는 누구 거라는 걸 알 수 있는 근거가 있느냐’고 묻자, 이 국장은 “그런 건 누구한테 전혀 들은 적도 없다. 현재도 다들 그렇게 얘기하는데 저는 아직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진술에 따르면, 대통령 재임 중에도 증인이 청와대에 와서 직접 보고했다’고 하자, 그는 “전혀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당시) 검사의 설명을 듣다보니 추측을 깔고 진술했느냐”고 질문했고, 이 국장은 “그런 문건도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증인의 피의자심문조서에 ‘권씨가 보관하고 있는 재산은 피고인 재산으로 생각된다’는 진술이 쭉 있다. 그것도 마찬가지 취지냐”고 확인했고, 이 국장은 “그 당시에는 그랬던 것 같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이날 심문에서 이 국장의 유죄 인정 혐의 중 경비 전달 문서 파쇄 당시 검찰이 ‘함정수사’를 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항소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이 국장은 “지은 죄도 있고, 조사 받는 것도 힘들고, 돈 자체도 부담이 됐다”고 답했다. 이 국장은 다스 관계사 및 자회사에서 수십억원을 횡령하고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관리 내역이 담긴 장부를 파기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심에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이 국장은 그러나 이어진 검찰의 반대 심문 순서에선 조사 단계에서 털어놨던 '도곡동 땅 매각자금 등 차명재산 내역을 문건으로 만들어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침을 받았다'는 진술을 재확인했다.
또 2007·2008년 김백준 총무기획관으로부터 현금을 여러번 받아 다스 최대주주이자 이 전 대통령 재산관리인인 고 김재정씨에게 전달하거나 영포빌딩 금고에 보관한 사실, 김 기획관과 이 전 대통령에게 공천로비를 벌인 의혹을 받는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을 찾아간 사실, BBK 특검 당시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김재정씨 소유라고진술한 것은 변호인 대책회의에서 허위진술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아울러 인정했다.
이 국장은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관리와 비자금 조성을 맡아와 혐의 입증에 중요한 인물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데에는 측근들의 진술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을 앞두고 당시 진술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22일 18차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이 자리엔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려온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출석할 예정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지난해 7월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계재단 배임·횡령'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