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30일 오전 신한은행 사태와 관련한 핵심인물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서울 중앙지검으로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른바 '남산 3억원 제공 등 신한금융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지난 2018년 11월22일 담당 수사부가 수사에 착수한 지 126일만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노만석)는 27일 오전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의 자택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각 피의자의 휴대전화와 PC하드디스크, 승용차 블랙박스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11년 전인 2008년에 발생한 사건인 만큼 증거 소실 등 사정을 감안해 수사플랜을 짜왔다. 이번 압수수색은 수사개시 첫 강제수사인 만큼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물들을 면밀히 분석한 뒤 참고인 조사를 거쳐 라 전 회장 등 피의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남산 3억원 제공 등 신한금융 사건'은 이명박 정부 출범 전인 2008년 쯤 신한금융지주 측이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성명불상자를 통해 당시 이명박 후보(한나라당 의원)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는 사건이다. 2010년 9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에 대한 신한은행 측의 고소로 서울중앙지검의 1차 수사가 이뤄졌고, 이미 2012년 7월 언론보도를 통해 현금 3억원 수수자가 특정된 뒤 시민단체의 고발로 2차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고, 부실수사 내지 봐주기 수사 의혹이 오랫동안 계속됐다. 결국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해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조사를 지시했고, 조사단은 6개월간 기본조사에서 위 은행장이 2010년 검찰의 1차 수사 당시 신한지주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남산 3억원’ 관련 진술자를 대상으로 "3억원이 정치권에 넘어가 문제 될 가능성이 있고, 게이트화될 경우 다칠 수 있다"며 진술 번복을 회유한 사실과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확보했다.
과거사위는 심의를 거쳐 지난해 11월6일 법무부 장관에게 엄중한 재조사를 권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