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이동통신사들의 비슷한 요금제가 LTE(롱텀에볼루션)에 이어 5세대(5G) 통신에도 반복됐다. 요금인가제의 폐해로 경쟁이 사라져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5G 요금제를 확정했다. SK텔레콤이 지난달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5G 이용약관(요금제) 인가 통보를 받자 KT와 LG유플러스도 같은 날 이용약관을 신고했다. 문제는 3사의 요금제가 약속이나 한 듯 거의 유사하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이 정부의 요구로 최저요금제를 월 5만5000원(데이터 8기가바이트(GB))으로 책정하자 LG유플러스는 5만5000원에 1GB를 더 얹어 9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제시했다. KT도 LG유플러스와 같은 요금제를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SK텔레콤보다 데이터를 더 제공했지만 초고화질(UHD) 영상이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의 콘텐츠를 이용할 5G 시대에 1GB의 의미는 크지 않다. 상위 요금제는 7만5000원(150GB)으로 3사가 똑같다. 9만5000원은 SK텔레콤이 200GB, KT와 LG유플러스가 250GB의 데이터를 책정했다. 12만5000원(300GB) 요금제는 SK텔레콤만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주로 찾을 것으로 보이는 7만5000원부터 시작되는 요금제들은 3사가 거의 같은 셈이다.
KT 직원들이 서울 종로구의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KT
이같은 폐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요금인가제 폐지가 꼽힌다.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새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기존 요금제를 변경할 경우 반드시 정부로부터 이용약관을 인가받도록 한 제도다. 지난 1990년대 초반 업계 1위 사업자가 과도하게 낮은 가격을 내세워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것을 막고자 도입됐다. 무선 시장에서 SK텔레콤, 유선은 KT가 시장지배적사업자다. 각 시장에서 나머지 사업자들은 이용약관 신고만 하면 된다. 요금인가제가 약 30년간 이어지면서 시장지배적사업자가 먼저 인가를 받으면 나머지 사업자들이 유사한 요금제를 신고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통신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과기정통부도 요금인가제를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국회에도 여야 의원들이 요금인가제 폐지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여야 대립으로 법안소위를 제때 열지 못하면서 법안들은 계류 상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요금제를 필요한 부분은 사후적으로 규제하고 사업자들이 우선 빠르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지면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특히 5G 시대에는 사업자마다 특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인데 요금제 규제도 이에 맞춰야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