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신약주권’을 목표로 해온 SK케미칼이 수십년 개발을 거쳐 결실을 거두고 있다. 계열사 매출 신장 성과는 물론, 수입에 의존했던 핵심 의약품 국산화에 성공하고 SK케미칼 신약 개발 주역들이 창업 또는 여러 제약사 중역으로 활약하면서 산업 성장을 이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이 2017년 말 출시한 스카이조스터가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30% 정도까지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약 35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며 블록버스터가 됐다. 출시 1년여 만에 블록버스터 의약품 기준인 연매출 100억원을 세 배 이상 넘긴 것은 이례적이다.
스카이조스터는 SK케미칼이 국내 최초, 세계 둘째로 상용화에 성공한 대상포진백신이다. 그동안 전량 수입해온 이 시장에서 신약주권을 확립한 의미가 있다. 이전까지는 글로벌 제약사가 출시한 단 하나의 제품이 1조원 가까운 세계 시장을 독점하는 구도였다.
SK케미칼은 그간 국내 업체 중 가장 많은 신약 개발 성과를 거두어 왔다. 대상포진 백신을 포함해 세포배양 3가 독감백신,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 등 국내 또는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진 신약을 다수 보유 중이다. 2015년 출시한 국내 최초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이듬해 출시한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는 출시 이후 4년 만에 국내 누적 판매량이 2000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량)에 육박하는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2월 세포배양 독감백신 생산 기술은 글로벌 백신기업에서 개발하는 범용 독감백신에 적용키 위해 기술 수출 계약도 체결됐다. 당시 체결된 기술 이전 및 라이선스 계약 규모는 최대 1억5500만달러로 국내 백신 기술 수출 사상 최대 금액이었다.
SK케미칼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단일 사슬형 분자구조 A형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는 미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국(EMA) 시판 허가를 받은 국내 최초 바이오 신약으로 국내 바이오 신약 역사에 이정표를 세운 바 있다. SK케미칼은 이같은 신약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메이저로 도약하기 위해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분사했다. 이 회사는 이후 글로벌 전문 의약품 기업과의 공동 개발을 통해 국산 신약의 세계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케미칼은 그간 오랜 개발기간을 감내하고 본격적인 수확기에 들어선 것이 뚜렷하게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 실적을 포함해 지난해 특허 등록 건수는 해외에서 221건을 기록했다. 그 전년 137건에서 크게 늘어난 성과다. 같은 기간 의약품 수출은 약 42억원에서 501억원으로 증가했다. 관련 내수는 103억원에서 2985억원까지 폭증했다.
특히 SK케미칼에서 수십년 신약 개발 업적을 거둔 연구진들이 기술 역량과 노하우를 전파하며 국내 산업 발전 동력이 되고 있다. 엄기안 휴온스 대표,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 유병환 테라제니텍스 대표, 전날 정년을 마친 유홍기 전 한국애브비 대표 등이 모두 SK케미칼 연구진 고참이었다. 특히 티움바이오는 사내 벤처 형태로 출발해 스핀오프한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신약 개발 후 회수기에 들어가면 연구진이 활약할 영역은 줄어든다”라며 “기술 유출에 대한 염려도 있지만 연구원 개인을 위해서, 국가 산업 측면을 고려해서도 자립하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업보국의 다른 형태”라고 평가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