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위해 삼성이 제공한 60억대 '다스 미국소송비'를 직접 받아 관리한 것으로 지목된 변호사의 법정 진술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 전 대통령 측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예정된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출석시키지 않는 한 별도 기일을 다시 정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오는 5일에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3일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지난 공판기일에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증언한 다스의 미국 소송비 등 61억원 상당의 삼성발 지원 자금을 직접 수령해 보관·관리·소진한 것으로 확인된 김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변호사 소환 없이는 유죄 입증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지훈 변호사는 “검찰은 사실상 공여자만 조사하고 수령자는 조사하지 않았다”면서 “(다스 소송을 대리한) 에이킨검프(Akin Gump) 계좌를 차명으로 이용했다면서 에이킨 쪽에 수사협조도 안 하고, 계좌를 이용한 김 변호사도 조사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주장에 따르면 60억 원이 넘는 뇌물사건인데, 이런 사건을 기소하면서 돈을 직접 받은 사람에 대한 조사도 없이 한 적 있나 묻고 싶다”며 “김 변호사의 진술을 듣지 않고는 도저히 입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변호사는 아놀드앤포터(Arnold & Porter) 워싱턴 본점에 근무하고 있는데, 변호인이 엉뚱하게 서울사무소로 재판부의 소환장 송달을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이 김 변호사를 증인으로 신청해놓고 오히려 소환을 방해했다는 취지다. 검찰은 “서울사무소는 워싱턴 본점과 전혀 별개의 조직이기에 수취인 불명이 될 수밖에 없으며,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서울사무소 구성원은 제임스 모 변호사뿐이므로 서울사무소에 근무하지 않는 김 변호사에게 송달이 이뤄질 수 없음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지난해 1월3일 출국한 후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검찰은 김 변호사의 증언 없이도 이 전 대통령의 삼성 지원 자금 뇌물 수수 혐의 입증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삼성 뇌물 사건은 피고인의 ‘직접 뇌물수수’에 해당하는 사건”이라며 “원심부터 이 전 삼성 부회장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 VIP 보고사항, 에이킨의 외교컨설팅 문건 등 각종 여러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실관계를 입증했고, 원심 또한 피고인의 직접 뇌물수수죄를 인정했으며 김 변호사를 조사하지 않은 건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변호사가 현재 국내에 있지 않은 것으로 검찰이 확인해 별도의 증인신문 기일을 다시 잡진 않겠다면서 김 변호사를 증인으로 신청한 변호인 측에서 직접 연락해 출석이 가능하면 다시 신문기일을 잡기로 했다. 재판부는 오는 5일 다음 공판기일을 열고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스 비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1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