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학살, 한국 정부의 사죄를 촉구합니다"

생존 피해자들, 청와대에 청원…"아무도 우리에게 묻지 않았습니다"

입력 : 2019-04-04 오후 7:42:46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베트남 정부가 한국의 사과를 원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한국정부가 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우리에게 찾아와 사과를 원하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생존자들은 사과를 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리고 싶습니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자 103명이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문재인 대통령을 피청원 기관으로 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베트남전 피해자들이 외국 정부를 상대로 청원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인 응우옌 티 탄(퐁니.퐁넛마을)씨와 응우옌 티 탄(하미마을)씨, 한베평화재단 및 임재성변호사 등 관계자들이 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원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서윤 기자
 
청원의 주인공은 지난해 4월 한국을 찾아 시민평화법정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한 생존 피해자 응우옌 티 탄(퐁니·퐁넛마을)씨와 같은 이름의 응우옌 티 탄(하미마을)씨다. 퐁니마을 출신 탄 씨는 올 하반기 중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공식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도 준비하고 있다. 소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가 민변 TF 소송대리인단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두 명의 탄씨가 대표로 낸 청원서에는 한국참전군 중 청룡부대 주둔지였던 하미·하떠이·프억빈·퐁니·퐁넛·투이보·카인럼·짱쩜·지엔니엔·선비엔·반꾸엇·라토·띤또·뚜언찌·떠이선떠이마을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 103명의 자필날인과 피해사실이 담겼다. 지난달 보름 동안 탄 씨와 한베평화재단이 마을을 돌며 모았다. 청원법에 따르면 외국인도 피해구제나 공무원의 위법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같은 법에 따라 정부는 90일 내에 구체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
 
청원서 제출에 앞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퐁니마을의 탄 씨는 이 순간까지도 온몸의 진실을 짜내 얘기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진상을 규명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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