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주요 업체들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동안 판매된 국산 전기차 판매규모는 6000대 수준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전기차 등록대수는 2014년 1315대에서 2015년 2945대, 2016년 5177대, 2017년 1만4337대, 2018년 3만1154대로 급증했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접수는 2월부터 시작됐고 일부 전기차 모델은 3월부터 판매가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환경부의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인 4만2000대는 무난하게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의 ‘코나EV’는 1월 388대, 2월 233대, 3월 2151대로 총 2772대가 판매됐다. 기아자동차의 ‘니로EV’는 2월 411대, 3월 1044대로 1455대, 지난달 초 판매를 개시한 ‘쏘울EV’는 3월에만 388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지엠의 ‘볼트EV’는 지난달 65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전기차 비중이 확대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142대로 전년 동기(15대)보다 무려 846.7% 증가했다. 올해 1월 재규어의 ‘I-PACE’, 지난달 닛산 신형 ‘리프’ 등이 국내 공식 출시되면서 등록대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각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 증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행 중이다. 기아차는 전국 기아차 드라이빙 센터에서 쏘울 EV의 주행성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시승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이마트와 MOU를 체결해 올해 기아 전기차를 출고한 고객 대상으로 이마트 내 충전시설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충전요금의 일부를 적립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올해 상반기까지 전기차 전문 서비스 센터를 기존 58개에서 100개로 두 배 가까이 확충하고 전국 50개 대리점에 볼트EV를 전시한다. 아울러 다음달 초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EV 트렌드 코리아’에도 참가하는 등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친환경성, 낮은 유지비용 등 각종 장점이 알려지고 있는데다가 인프라 구축이 진행되면서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각 업체들은 신규 전기차 고객은 물론 지난해 신청했지만 선착순에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고객들을 잡는데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의 인기돌풍이 이어지면서 향후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폭스바겐이 14일 발표한 전기차 ID. 룸즈 모습. 사진/폭스바겐코리아
한편, 국내는 물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업체 간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우선 폭스바겐은 지난 14일 ‘2019 상하이 오토쇼’를 앞두고 상하이 오토모빌 전시 센터에서 열린 폭스바겐 브랜드 SUV 나이트에서 순수 전기차 SUV 'ID.룸즈(ROOMZZ)'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ID. 룸즈는 운전자가 원할 경우 파일럿 모드를 통해 레벨 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2021년 중국시장에 먼저 출시될 예정이다. 배터리 에너지 용량은 82kWh이며,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5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또한 150kw(DC)의 고속 충전 시스템을 통해 약 30분만에 총 용량의 80%까지 재충전이 가능하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공세를 시작할 것”이라며 “e-모빌리티를 위한 혁신적 변화 프로젝트와 관련해 향후 10년간 폭스바겐은 MEB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를 1000만대 이상 생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닛산은 지난달 오는 2022년까지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 판매량의 25%를 전동화한다는 중장기 계획 ‘닛산 무브(Nissan M.O.V.E)’를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전동화의 가속화를 위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전동화 부품 조립 및 현지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친환경 브랜드 EQ의 첫 순수 전기차 ‘더 뉴 EQC’를 최근 서울 모터쇼에 이어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도 선보인다. 각 차축에 전기 구동장치를 탑재한 EQC는 1회 충전 최대 주행 거리가 450km를 넘으며, 연내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업체들도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 등 모든 타입의 전동화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며 “오는 2025년 44개 모델, 연간 167만대 판매를 통해 글로벌 전동화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전기차 판매 모델이 없어 전동화 시대에 뒤쳐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쌍용자동차도 내년부터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내년 준중형 SUV 전기차 모델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00km 수준이 될 것”이라며 “SUV 고유의 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트레일링이 가능하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