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6일(현지시간) 고려 궁궐터인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장비의 북한 반출을 허용했다. 정부는 북한과 논의를 통해 작업에 필요한 물자반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이날 한국정부가 신청한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사업 관련 대북제재 적용 면제를 결정했다. 기존 대북제재는 유지한 가운데 남북 간 개별 협력사업에 대한 한시적 제재면제를 인정한 것이다.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이 참여하는 대북제재위는 컨센서스(전원동의) 방식으로 운영되며,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 사업 관련 대북제재 면제에 별다른 이견을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미 당국은 지난달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워킹그룹 회의를 열고 만월대 공동발굴을 위한 장비 등의 대북반출 제재면제 신청절차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만월대 공동발굴은 지난 2007년 시작된 대표적인 남북 사회문화 교류사업이다. 현재까지 8차례에 걸쳐 발굴조사를 진행했지만 천안함 피격과 5·24조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등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다. 마지막 조사는 지난해 10~12월 실시했으며, 올해 2월 조사를 재개하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미뤄져왔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면제 결정으로 사업에 다시금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만월대 공동발굴 사업이 조속히 재개돼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공동발굴에 필요한 굴삭기와 트럭 등을 반출하기 위한 남북 회동이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만월대 공동발굴 추진 과정에서 이산가족 화상상봉 사업도 함께 속도가 날 가능성도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내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을 방문해 "가능하면 조속한 시일 내에 (북측과 화상상봉) 협의를 해야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금 5만5000여명이 남아있는 이산가족들의 평균연령이 81.5세"라며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게는 가족을 만나겠다는 열망이 있고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에 상당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대변인은 "개성 만월대 발굴사업이나 산림협력, 체육교류 등의 합의된 사항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 추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계부처와 협의,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 정부가 남북 협력사업을 대북제재 틀 내에서 진행하는 것을 두고 북한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남북 협의가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진행 중인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