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TV홈쇼핑과 남성복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두 시장의 성장세가 모두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홈쇼핑은 TV시청률이 감소하며 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남성복 시장은 경기 악화로 패션업체들이 구조조정을 시행한다. 그런데 TV홈쇼핑 남성복 시장에서 꿋꿋이 성장가도를 걷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CJ ENM 오쇼핑 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다니엘 크레뮤'다. TV홈쇼핑 남성복 브랜드가 몇 년 내에 수명을 다 하는 것과 달리, 다니엘 크레뮤의 9년간 누적주문 금액은 1700억원을 돌파했다. 3년 전부터는 연평균 30%씩 성장 중이다. 다니엘 크레뮤가 이토록 승승장구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니엘 크레뮤의 기획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오동현 다니엘 크레뮤 MD(Merchandise)를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CJ ENM 오쇼핑부문 남성복 브랜드 '다니엘크레뮤'의 오동현 MD. 사진/CJ ENM
'다니엘 크레뮤'를 독자들에게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다니엘 크레뮤는 1976년 프랑스에서 론칭한 정통 트레디셔널 브랜드로 파리 생제르망 데프레, 뉴욕 소호 등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으며, 2011년에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국내에서 단독으로 운영 중인 CJ오쇼핑 자체 브랜드이다. 소재나 디자인 측면에서 캐주얼, 비즈니스 장면에서 모두 어울리는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이다. 45~49세를 메인타깃으로 하고, 감성 타깃은 조금 더 어린 세대를 지향한다. 무엇보다 홈쇼핑 시장에서 독특한 형태로 운영되는 100% 직매입 브랜드다.
3년간 다니엘 크레뮤의 MD로 활동했다. 다른 남성복과 달리 다니엘 크레뮤가 꾸준히 성장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실제 착용 고객과 구매 고객이 다르다는 남성복의 특징을 간파한 게 주효했다. 다니엘크레뮤는 남성복이지만 실제 구매 고객의 70%가 여성이다. 남성 옷을 여성이 남편이나 아들을 위해서 구매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성향은 한 번의 구매로 남성 고객의 착장을 완성시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재킷과 바지, 셔츠를 풀 코디네이션(Full coordination) 방식으로 구매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점을 고려한 구성으로 판매가 된 점에서 호응을 얻은 것 같다.
매출은 얼마나 늘었나.
지금 다니엘 크레뮤를 론칭한 지 9년 정도 됐는데, 론칭 초반에는 매출 성장이 미미하다가 중반부터 100억원대를 유지했고, 2017년 180억원, 2018년 23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목표는 250억원이다. 물론 남성복이라는 게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다. 여성복과 달리 방송을 운영할 수 있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는 등 한계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매출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처음부터 성공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나. 어느 지점에서 시장성을 봤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다니엘 크레뮤를 론칭한 당시에는 수트 시장이 활성화되던 시기다. 수트 브랜드 위주로 매출 볼륨이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다니엘 크레뮤 같이 비즈니스 캐주얼 계열의 브랜드는 많지는 않았고, 풀 코디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다니엘 크레뮤가 유일했다. 그런 맥락에서 새로운 소비층이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사실은 지금도 니치 마켓이다. 홈쇼핑 메인 타깃이 여성 고객이기 때문에 남성복을 판매할 수 있는 모수는 여전히 적다.
또 직매입으로 운영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일반 위탁 상품하고는 이익 구조가 다르다. 최근에는 볼륨이 커지면서 이익 구조가 더 좋아졌고,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업체가 넘볼 수 없는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런 점이 회사에서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게 했고, 이는 다시 고객이 늘어나게 하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왔다.
다니엘크레뮤의 모델인 '데이비드 맥기니스'와 제품 이미지. 사진/CJ ENM
다른 업체들은 왜 비슷한 콘셉트의 남성복 브랜드를 내놓지 않을까.
굳이 타사에서는 비슷한 시도를 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홈쇼핑 시장이 여성복 중심이기도 하고 남성복 운영 인프라가 없어서 힘든 부분도 있다. CJ오쇼핑은 기존에 남성복 브랜드를 계속해서 운영했기 때문에 쇼호스트 분들도 남성복을 잘 풀어낼 수 있는 분들이 많이 유입됐다. 저도 처음 입사해서 남성복을 담당했고 여러번 실패도 하면서 연속성 있게 운영을 한 결과 노하우가 쌓였던 게 아닐까.
하나의 PB 제품이 기획부터 론칭하기까지 과정은 어떻게 되고, 소요 기간은 얼마나 되나.
일반 패션회사 MD는 역할이 세분화돼 구매 MD, 기획 MD, 영업 MD 등 나눠져 일이 진행된다. 홈쇼핑 MD는 기획부터 판매까지 광범위한 업무를 담당한다.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 업무, 판매, 재고 관리, 심지어는 브랜드 매니징 차원의 업무도 한다. 특히 다니엘 크레뮤는 직매입 100% 브랜드라서 독특하게 디자인 등 상품 기획부터 MD가 참여한다.
PB 제품이 론칭 되는 기간은 상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1년 정도 소요된다. 예를 들어 홈쇼핑 생방송에서 판매되는 메인 상품은 수량이 많은 만큼 단가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생산을 거치면 최소한 4~5개월 정도는 걸린다. 내년 여름에 나올 상품이 현재 상품 기획 단계에서 샘플링 작업을 하는 중인 것을 고려하면 대략 1년가량 걸린다. 반면 오프라인·온라인 전용 아이템 등은 빠르면 두 달 안에도 만들기도 한다.
다니엘크레뮤 모델 '데이비드 맥기니스'와 제품컷. 사진/CJ ENM
현재는 어떤 작업을 하는 중인가.
올해 SS시즌 제품은 준비가 다 된 상태고 론칭과 판매를 시작하는 단계다. 홈쇼핑은 상품 하나하나를 가지고 시즌을 운영하는데, 상품이 다섯 개이면 주마다 하나씩 론칭이 된다. 동시에 올해 FW 상품을 기획하고, 내년 SS시즌 상품은 시장조사를 통해 론칭 제품의 표본을 선택하는 중이다. 제품 생산부터 방송 운영, 다른 시즌 제품의 디자인 등 기획이 맞물려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론칭한 지 약 10년이 다 돼 가고 남성복 시장의 침체되는 시점에서 앞으로도 다니엘 크레뮤의 성장 가능성이 이어질 수 있을까.
오히려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들의 가심비라는 측면에서 유리한 게 홈쇼핑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홈쇼핑은 구매력이 있다. 수량 자체가 많고, 오프라인 채널에서는 할 수 없는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오프라인 남성복 시장이 축소하면서 반대로 홈쇼핑 시장은 반대로 더 성장할 수도 있다. 물론 홈쇼핑 시장의 한계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 홈쇼핑 채널 특성상 아주 비싼 제품을 판매할 수는 없다. 다만 제한된 범위 안에서 우수한 상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상대적인 고가 상품인 이태리 소재를 사용한다든가 진짜 모피 제품을 판매하든가 품질을 강화해서 기존 제품 대비 상대적으로 고가 상품을 팔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
현 시점에서 다니엘크레뮤에 대해 MD로서의 고민이나 과제는 어떤 게 있나.
TV 시청 가구가 줄어들고 고객이 노후화되는 상황에서 젊은 층에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마케팅 측면에서 기존에 없던 남성 고객들을 늘리고 싶어서 남성지와 연계해서 마케팅을 한다든지, 젊은 층에 어필하려고 SNS 마케팅을 강화하든지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쓸 예정이다.
당장의 과제는 채널 다각화다. 최근 홈쇼핑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몰, 모바일 채널, 홈쇼핑 생방송 채널, T커머스 채널 등 갈수록 채널에 맞춘 특성화 전략이 요구된다. 온라인에서는 트렌디한 제품이 잘 나가는 반면, 티커머스 채널의 고객층은 더 올드한 상품이 더 잘 팔린다. 오프라인은 제가 직접 운영하지 않지만, 조금 더 젊을 취향의 제품들이 고객들에게 통할 것이다. 한마디로 예전에는 T커머스 같은 경우는 홈쇼핑 생방송 제품을 같이 판매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각 채널별 전용 상품을 따로 개발해야 한다.
CJ ENM 오쇼핑부문 남성복 브랜드 '다니엘크레뮤'의 오동현 MD. 사진/CJ ENM
마지막으로, 올해 패션 MD로서의 목표와 꿈이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탁월한 브랜드 매니저가 되는 게 목표다. 홈쇼핑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패션 쪽에 관심이 많고, 다니엘 크레뮤도 더 패셔너블하게, 제가 더 좋아하는 방향으로 계속 향상시키고 싶다. 처음에는 40대를 위한 홈쇼핑이 옷이라는 관념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계속 일을 해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옷에 투영하고 반영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제가 더 좋아하는 방향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홈쇼핑이라는 생각에 갇혀 있기보다 브랜드 매니저로서 다양한 일을 시도해보고 싶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