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계열사 5곳을 고의로 누락한 혐의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게 검찰이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김 의장은 단순 담당자의 누락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안재천 판사는 30일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김 의장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공판에서 "김 의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알린 지정자료 제출에 대해 검토하고 그 내용을 확인할 여지가 있었다"며 "벌금 1억원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4일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검찰 구형에 김 의장과 변호인단은 2016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담당자의 단순 실수임을 밝혔다. 또한 이 실수를 인지한 후 1개월 만에 누락 사실에 대해 자진해서 신고했음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는 순식간에 대기업으로 성장하며 통상적인 대기업과 다른 시스템을 갖췄다"며 "법무 담당자가 한명도 없는 회사를 인수하며 힘을 합쳐왔다"고 말했다. 이어 "인식하지 못했던 사실에 대해 앞으로 철저히 신경을 쓸 것을 약속한다. 단순 담당자의 누락이라는 점에 대해 선처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 측 변호인 역시 "누락된 5개 회사의 자산 총액은 22억원에 불과하다"며 "카카오는 이 회사를 제외해도 이미 5조원이 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는 당시 실무 담당자가 나와 계열사 누락 과정을 설명했다. 담당자는 2016년 공정위 자료 제출을 위해 총수의 배우자·혈족 등이 소유한 회사를 파악해달라는 자료 요청을 계열사에 공지했다. 그러나 카카오 임원진이 30% 이상 최다 출자자로 있는 회사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를 누락했다. 이 과정에서 누락된 회사는 총 5개로 플러스투퍼센트, 골프와친구, 모두다 등이다. 공정거래법상 총수(동일인) 또는 동일인 관련자가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회사를 기업집단 소속회사로 기재해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 동일인 관련자가 카카오 임원진을 포함한다는 것인지 몰랐다는 설명이다.
다음달 14일 선고공판에서 김 의장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인터넷은행법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대주주 자격을 제한한다. 김 의장 변호인단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공판에서 카카오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김 의장은 공판 후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금융사업과 관련한 추가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플랜B'는 없다"고 말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30일 열린 2차 공판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