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볼리비아 사정당국이 지난해 현지 여행 중 피살된 한인여성 살해 용의자를 체포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3개월여 만이다.
볼리비아 경찰 산하 특수범죄국(FELCC) 관계자는 1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오늘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에서 용의자인 30대 남성 로헤르 초케 멘도사(Roger Choque Mendoza)를 체포해 수도 라파스(La Paz)로 이송해왔다”고 밝혔다. 볼리비아와 한국의 시차는 13시간으로, 이날 오전 통화 당시 현지시각은 4월30일 오후였다.
현재 체포 상태로 구금돼 있는 ‘로헤르 초케’는 24시간 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게 된다. 이 관계자는 “내일(현지시각 5월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구속 여부는 한국 시간으로 1일 늦은 밤에서 2일 이른 새벽 사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체포에는 특수범죄국 레네 탐보(Rene Tambo) 인명수사과장이 직접 참여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로헤르 초케’는 현지 원주민 차야(Challa)족 부족장으로, 부족들이 화약 무기 등으로 무장하고 대치하던 탓에 검거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김학재 주 볼리비아 대사의 협조 요청으로 볼리비아 내무부가 체포 작전에 해군을 동원, ‘군·경 합동팀’을 꾸린 끝에 체포에 성공한 것이다.
앞서 볼리비아 검찰은 사건이 발생한 태양의 섬 주민 등을 수사한 끝에 목격자 진술을 확보, 지난 1월7일 ‘로헤르 초케’에 대해 살인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볼리비아 법원은 1월25일 영장실질심사를 열기로 했지만, ‘로헤르 초케’가 출석하지 않자 당일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이어 체포영장 발부 사실과 일부 신상 정보를 언론에 공개했다.
한국으로의 이송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볼리비아 인근 칠레와 에콰도르 변호사 자격을 모두 취득하고 중남미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하상욱 변호사는 “피해자가 한국인이므로 이론적으로는 한국 형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범죄발생지인 볼리비아 자국 내에서 체포됐을 경우 볼리비아 사법권이 우선”이라면서 “한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볼리비아 특수범죄국 관계자 역시 “볼리비아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며 선을 그었다.
재판이 시작되면 사건 당시 경위도 일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볼리비아 주요 일간지 엘데베르(El Deber)는 지난해 1월12일(현지시각)자 보도에서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 내에서 홀로 여행하던 40대 한인 여성 A씨가 전날 오후 살해된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확인된 행적은 1월9일 숙소 체크인 기록이 마지막이었다.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은 중남미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관광 명소다. 섬에 거주하는 세 원주민 부족 중 차야족을 포함한 두 부족 간 무력분쟁이 있긴 하지만, 부족들 간 경계가 낮은 돌담에 불과하고 서로 거리가 멀지 않아 관광객들이 지나다니기도 하는 장소다. 볼리비아 정부 역시 관광객 통행에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현지에서도 ‘로헤르 초케’를 두둔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월 볼리비아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한인여성 조 모 씨의 용의자로 지목된 현지 원주민 부족장 '로헤르 초케'가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모습이 비영리단체 '미주통합을 위한 국제법률가연맹(RIJIA)' 홈페이지에 소개된 모습. 오른쪽은 지난 3월8일자 현지 언론에 보도된 체포영장 발부 사실과 신상 공개. 사진/홈페이지 및 언론 보도 갈무리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