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PB열풍)②PB 확산에 과점 우려…"유통시장 왜곡 감시해야"

매출 공백 메꾸려 무분별 확장…제조업체 종속 가속화 우려

입력 : 2019-05-07 오전 8:13:55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PB 상품의 잇따른 출시가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과점 시장 형성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과점 형성으로 인한 품질 하락과 유통 시장 왜곡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에 위치한 한 백화점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의 무분별한 PB 확장과 지배력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근 PB 상품의 증가는 유통업체의 차별화 전략의 결과물이지만, 납품업체나 제조업체의 오프라인 매출이 감소함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제조업체의 매출 공백을 메꾸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는 PB를 출시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 제조업체의 유통 판로가 축소되면서 유통업체 매출 비중은 계속해서 느는 추세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종합소매업에서 기업형 유통업체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03년 67.8%에서 2014년 73.1%로 상승했다. 제조업체가 창출하는 매출 대비 기업형 유통업체가 제공하는 상품 판매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지표다. 이는 곧 PB 제품의 증가로 제조업체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반면, 대형 유통업체의 지위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처럼 유통업체의 과도한 영향력 확대는 과점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유통업체가 PB 제품을 출시할 당시에는 타 제조업체 제품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좋은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지만, 다수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경우 경쟁이 저하돼 이 같은 장점이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PB의 품질 하락과 동시에 가격 경쟁력은 사라지고 유통 시장은 왜곡되는 셈이다. 최재섭 남서울대 국제유통학과 교수는 "대형 유통업체는 구매력과 시장지배력이 있기 때문에 제조업체에 비용 부담을 떠넘겨 유통업체의 이익으로 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체가 대형 유통업체에 종속돼 자체 브랜드 상품을 더 이상 생산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에 위치한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매장에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하는 제품이 사라지는 것도 부정적 영향으로 꼽힌다. 다양한 제조업체들이 경쟁하는 시장에서는 세분화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제품이 출시되지만, 유통업체들이 과점 형태로 PB 제품이 시장을 장악할 경우 중견업체들의 개발 욕구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통업체가 출시하는 PB 제품이 유통망을 점유할 경우 소규모 제조업체들은 사라지고 기발한 제품은 나오기 어렵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유통 시장의 경쟁력 하락은 궁극적으로는 국내 제조업체의 역량이 하락으로 이어지고, 외국 업체들이 반대로 국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은희교수는 "장기적으로는 PB 제품의 한계가 국내 소비자들이 외국 브랜드로 눈길을 주게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대형 유통업체 3사는 백화점, 마트, 홈쇼핑 등 여러 채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PB 확산의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PB를 직접 규제할 수는 없어도 유통 과정에서의 불공정한 수익 창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최재섭 교수는 "PB 상품 만들면서 절감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을 막을 순 없다"라며 "다만 지나치게 착취적해 이익을 취하거나 불공정한 행위를 못하게 정부가 감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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