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코드 저지 공대위 "게임이 질병?…'게임=문화' 여론 뭉쳐야"

문화계 "문화 콘텐츠로서의 게임 인식 필요"
문화연대, WHO 사무총장에 질병코드 등재 철회 요청

입력 : 2019-05-03 오후 6:07:08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저지하기 위해 구성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공대위)'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여론 활동을 본격화했다. 공대위는 게임이 4차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문화 콘텐츠라는 점을 강조하며 게임 인식 개선에 나선다.
 
위정현 공대위 대표(한국게임학회장)는 3일 서울시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열린 'WHO 게임 질병코드 분류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토론회에서 "게임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창작 산물이 될 융합 콘텐츠"라며 "공대위는 WHO 게임질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술·미디어·창작·표현의 자유'라는 논리로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WHO는 이달 말 세계보건총회를 열어 국제질병분류코드 11차 개정판(ICD-11)에 게임장애를 질병코드로 분류·등재할 계획이다. 60여개 콘텐츠 관련 대학·단체가 참여한 공대위는 지난달 29일 발족해 WHO 게임질병 등재를 막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위 대표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세대를 아우르는 게임 문화를 설명했다. 한국보다 약 20년 앞선 일본 게임 산업의 경우 기성세대도 닌텐도 등 게임을 하며 전세대가 즐기는 게임 문화가 형성돼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학부모나 정책 결정자 등 기성세대의 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편이다. 위 대표는 "일본의 70대 노인은 닌텐도를 할 정도로 일본에선 게임이 사회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다"며 "자녀의 게임 이용을 반대하는 학부모의 정서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러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설득할 전략을 만들 것"이라 밝혔다.
 
문화계도 공대위 행동에 동참하며 연대 의식을 드러냈다.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대중들은 게임을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며 새로운 기술을 접하며 공감하고 있다"며 "게임 질병코드 등재는 콘텐츠 소비자와 대중과는 동떨어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연대는 지난달 30일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공개서한을 제출해 게임질병코드 도입 철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박근서 대구가톨릭대 교수도 "보편적 문화인 게임을 보건의료학적 시각으로 보면 해결방법을 찾을 수 없다"며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게임의 문화를 만들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문제에 산업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과거 2000년대 초반 국내 영화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한 스크린쿼터제를 지켜낼 때도 영화 제작자, 산업계가 힘을 뭉쳤던 것과 같은 논리를 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술그룹 믹스라이스의 양철모 활동가는 "창작의 자유라는 표현은 대중들에게 쉽게 와닿을 수 있는 논리는 아니"라며 "자국산업을 지킬 전략을 세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3일 서울시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열린 'WHO 게임 질병코드 분류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토론회. 사진 왼쪽부터 박승범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과 과장, 이혜영 문화연구자, 온상민 e스포츠 해설가,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 박근서 대구가톨릭대 교수, 양철모 믹스라이스 활동가.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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