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정기자] 지난 1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호황을 맞이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운송요금 담합과 관련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1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00년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캐세이퍼시픽 등 10개 국내외 항공사가 항공화물운송요금을 담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해왔다며 공익소속 변호인단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소장에서 "이들 항공사가 담합을 통해 기본운임 이외에 부가적 성격의 유류할증료, 보안할증료, 세관 수수료 등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한 부분이 있다"며 "각 항공사 간에도 실행여부를 서로 감독하는 등 반경쟁적인 행위를 해, 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물류비 상승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유류가격 인상에 따른 유류할증료의 소비자 전가규모는 전체 항공화물 운임의 18%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변호인단은 "이미 미국과 뉴질랜드, 호주 등의 경쟁당국에서 위법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에 (위법성 여부의) 입증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손해액 입증이 감정 등을 통해 추진되기 때문에 기술적인 금액 추산은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변호인단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국내 양대 항공사 제재와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월 공정위로부터 각각 104억원, 6억4000만원 등 총 110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변호인단은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은 실질적 피해자인 소비자의 경제적 손실에 대한 직접적 피해보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공익 소송 후, 국제 항공화물 운송료를 지불한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원고인단을 모집해 추가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 두 항공사는 지난 2007년에서 2009년까지 이미 4차례에 걸쳐 15개 항공사와의 담합혐의로 미국 경쟁당국으로부터 1억6000만달러(한화 약 1조8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고, 뉴질랜드와 호주로부터도 각각 3억달러, 5000만달러 등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항공화물 운송을 이용하는 업체는 약 3000여 곳에 이르지만 이번 원고인단에 참여한 기업 수는 아직 100여개 미만으로, 원고인단이 늘어날 경우 배상 규모는 최소 수천억원대에서 최대 수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공정위의 가격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 최종 결과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과 사업자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까지 겹쳐, 모처럼의 실적호황에 마냥 즐거울 수 없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유럽발 항공대란이 정리된 이후에나 검토할 일"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배상규모도 특정되지 않았고 소를 제기한다는 것 말고는 구체적 내용이 없는 상태"라며 "법원의 움직임을 보며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김현정 기자 kozmi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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