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항공기 엔진 부품 특성 상 1400℃ 이상의 고열을 견뎌야 하는 니켈·티타늄과 같은 소재를 정밀가공해야 합니다. 또한 제품에 따라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인 미크론 단위 오차까지 관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각 공정에서는 장비마다 최대 1초에 20회 이상 데이터를 측정하고 수집하고 있습니다.”(감상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16년 경남 창원시 인근 1만1000㎡ 규모의 부지에 10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 팩토리’를 설립했다. 글로벌 엔진 제조사들의 최첨단 엔진에 탑재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스마트 팩토리는 제품을 조립, 포장하고 기계를 점검하는 등 전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공장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차세대 엔진인 리프(LEAP) 엔진 부품, 2017년에는 미국 P&W(Pratt & Whitney)사의 GTF 엔진에 장착되는 일체식 로터 블레이드 등의 부품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관으로 한국형 발사체(누리호)의 액체 엔진 체계 조립과 터보펌프 및 밸브류 제작 등도 맡고 있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에 내려서도 버스로 40분 이상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업장에 도착해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나서 스마트 팩토리 라인을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엔진부품 신공장에 들어서니 무인운반로봇이 미리 입력된 생산계획에 따라 자재창고에서 제품들을 운반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인운반로봇은 제품을 각 공정으로 자동으로 적재하고 운반하는데, 조그마한 물리적 충격에도 즉시 정지하고 주변 장애물을 인식해 멈췄다 가기도 했다.
다른 라인에서는 ‘로봇팔’이 사전에 프로그램 된 작업 지시에 따라 절삭공정이 끝난 엔진 부품의 표면을 정밀 가공하고 있었다. 그 외에 자동조립로봇, 연마로봇, 용접로봇, 물류이송로봇 등 각종 로봇들은 작업자 없이 정해진 공정에 맞춰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스마트 팩토리에서 로봇이 스스로 24시간 항공엔진 부품 생산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면서 “설비 및 창고, 공정 등이 일원화된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투입, 완료가 되는 ‘유연생산시스템(Flexible Manufacturing System)’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팩토리에서 무인운반로봇이 이동하는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마트 팩토리를 한 바퀴 돌면서 사람이 거의 없어도 시스템과 로봇만으로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다만 누리호 엔진 조립장에서 항공기 엔진이나 가스 터빈 등의 모습이 보였을 때 ‘실제 탐방하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아울러 영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엔진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흐름도 볼 수 있었다. 탐방 중 한 로봇은엔진부품을 3차원 검사기를 통해 치수를 측정하는 모습도 눈에 띄였다.
탐방을 했던 지난 17일은 더운 날씨였지만 작업장 내부는 실내 온도가 21℃로 맞춰져 다소 선선했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항공기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에 들어가는 제품은 제조업 가운데서도 가장 까다로운 수준의 품질을 요구하며, 이곳에서 제작하는 항공엔진 부품은 초정밀 가공품”이라면서 “온도가 단 1℃라도 상승할 경우 금속재로의 미세한 팽창으로 정밀조립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작업장 내에서 항공엔진을 검수하는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마트 팩토리의 엔진 시운전실도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모형 엔진이 고속으로 돌아가자 고온으로 올라가면서 불꽃 모양이 강하게 펼쳐졌다. 마치 로켓이 발사되면서 하늘로 날아갈 때 추진되는 모습이 연상됐다. 게다가 초음속을 넘어서자 볼꽃 모양에서 수증기띠 모양도 관찰할 수 있었다.
탐방을 마치고 나서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과 짧은 시간 간담회가 진행됐다. 신 사장은 “아무래도 자료를 통해 접하는 것 보다 직접 창원사업장의 스마트 팩토리 모습을 경험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GE, P&W, 롤스로이스 등 세계 3대 엔진 메이커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엔진부품 사업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항공엔진 분야를 넘어 글로벌 항공 분야 선도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977년 삼성정밀에서 시작됐으며, 1987년 사명을 삼성항공, 2000년 삼성테크윈으로 변경했다. 지난 2015년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한화테크윈으로, 지난해에는 현재 사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바뀌었다.
스마트 팩토리에서 로봇이 엔진부품의 표면을 정밀하게 다듬는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