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지난해 말 호조세를 보였던 국내 조선업이 올해는 고전을 면키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방산업인 해운업황 부진으로 선주들이 신조선 발주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현재 누계 발주량은 작년 동기대비 반토막 났다. 업계에서는 환경규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내년에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27일 조선·해양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46척, 126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였다. 전달 발주량 94척(289만CGT)과 비교하면 CGT 기준으로 무려 56% 감소했다. 지난해 4월 88척(196만CGT)과 비교해도 35% 줄었다.
지난 한달간 발주량을 선종별로 살펴보면 원재료를 운반하는 벌크선은 23척으로 가장 많았다. 원유를 나르는 탱커선은 4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도 3척에 불과했다. 국내 조선 3사가 주력으로 건조하는 액화천연가스(LNG)선은 7척이었다.
이중 중국이 32척(83만CGT)을 가져가며 7척(28만CGT)을 수주한 한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일본 수주량은 단 3척(5만7000CGT)에 그쳤다.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이로 인해 누계 수주량도 반토막났다. 전세계 조선업계 1~4월 누계 수주량은 318척, 1956만DWT(재화중량톤)로 전년 동기 694척(3730만DWT) 대비 척수 기준으로 54%, DWT 기준으로도 47% 감소했다.
올 들어 벌크선은 76척, 탱커선은 21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은 15척, 컨테이너선은 53척, LNG선은 34척이 발주됐다. 자국 발주를 우선시하는 중국은 149척(358만CGT)을 수주하며 45척(202만CGT)을 따낸 한국을 크게 앞섰다. 일본은 44척(75만CGT)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에는 조선업계가 오랜 침체기를 지나 회복세에 들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발주량이 증가했다. 작년 국내 조선업계는 LNG선 발주량 증가에 힘입어 연간 발주량 2860만CGT 중 1263만CGT를 수주하며 수주실적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올 들어 선박 발주량에 좀처럼 탄력이 붙지 않는 모양새다. 선주들의 투자 여력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주들이 경기회복 지연과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발효 등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선박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시황 부진을 감안해도 선주들이 관망세를 너무 오래 끌고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 빅3 각사의 IR 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가장 많은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총 221억8000만달러(103척)를 확보한 상태다. 이는 전년 동기 227억6000달러 대비 소폭 증가한 규모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4월 누계 수주잔량 192억달러(72척)에서 199억달러(90척)로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 부문에서 157억28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4억8900만달러 증가했다. 올 초 전세계 발주량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으나 지난해 LNG선을 대거 수주한 탓에 수주잔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1.5~2년치 일감으로 추가 수주가 절실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 회복 기준이 모호하지만 현재 수주잔량으로는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할 수 없다"면서 "선가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수주를 통해 도크를 더 채워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올해 주춤한 발주량은 내년에나 회복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환경규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환경규제 발효 후에는 노후선이 본격적으로 폐선되면서 발주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