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H&B스토어와의 경쟁 심화로 시름하는 화장품 로드숍이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업계에선 임대료 인상 부담이 크더라도 모객과 랜드마크로써의 홍보 효과를 보기 위해서 명동 등 도심가 입점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중구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앞으로 관광객들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개별 공시지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상위 10곳의 공시지가 순위에서 네이처리퍼블릭, 에뛰드하우스, 홀리카홀리카 등 화장품 로드숍 업체가 절반가량 차지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공시지가가 ㎡당 1억8300만원을 기록해 전년(9130만원)보다 약 100% 증가했다. 에뛰드하우스의 공시지가도 1억7590만원으로 전년(8777만원)보다 100% 올랐으며, 홀리카홀리카 역시 1억7520만원으로 전년(8743만원) 대비 2배 정도 상승했다.
이처럼 공시지가가 상승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높아지고, 보유세 인상분만큼 임대료 역시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매장 수가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부담은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의 올해 1분기 지급임차료는 46억원으로 전년(49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네이처리퍼블릭의 전체 매장 수는 지난 2017년말 701개에서 올 초 640여개로 감소한 것을 고려했을 때, 임차료 부담은 오히려 더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임대보증금도 지난해 37억원에서 49억2000만원으로 증가했다.
홀리카홀리카를 운영하는 엔프라니의 지난해 임차료도 20억원으로 전년(15억5100만원)보다 약 30% 증가했다.
업계에선 올리브영, 랄라블라 등 H&B스토어와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임대료 인상까지 부담이 커지자 이중고를 겪게 됐다는 분위기다. H&B스토어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올리브영만 하더라도 매장 수는 지난해 말 1100여개에 이르렀고,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6% 증가한 1조659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그만큼 로드숍 수요의 상당 수가 H&B스토어로 이동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로드숍 업체들은 해외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국내 매장을 교두보로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려면 명동 매장 운영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명동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이며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한 로드숍 관계자는 "명동이라는 상권 자체가 서울의 랜드마크이어서 관광객들이 자주 방문하는 위치"라며 "실제 명동 매장의 방문자수를 봤을 때 외국인 비중이 높아 상권을 고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