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중형조선사들이 생존 기로에 섰다. 시발점은 성동조선해양이었다. 세 차례 시도했던 매각이 결국 불발하면서 파산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파산이 현실화 할 경우 중형조선사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중형조선사간 통페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주 영업력, 연구개발(R&D) 능력 등을 모두 갖춘 조선 '빅3와' 달리 자체적인 인프라가 부족한 중형조선사들을 통합하면 비용부담은 줄어 들고, 영업능력은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STX조선해양은 옵션분 2척, 대선조선은 각각 남성해운과 범주해운으로부터 컨테이너선 2척, 대한조선은 6척(옵션 4척 포함) 수주에 그쳤다. 중국의 저가 수주, 미중 무역분쟁 등 상황은 악화일로다. 이런 가운데 업계 허리로 불리던 성동조선해양의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통폐합론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일본 조선업계는 자체적으로 조선사간 통합을 추진했다. 2013년 유버셜조선(Universal Shipbuilding)과 IHI마린유나이티드(Marine United)가 통합하면서 JMU(Japan Marine United Corporation)를 탄생시켰다.
중국도 국영조선그룹인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와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합쳐질 경우 신조 수주 위협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계속해서 중형조선사 통폐합 주장이 나오는 것은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형조선사들의 영업력, R&D, 선박 설계 능력 등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조선사간 통합으로 부족한 능력은 보완하고 비용절감 등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조선사는 중형조선사를 인수할 여력이 없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심사에 집중하고 있다. 중형조선사로 눈을 돌릴 만큼 여유가 없는 형국이다. 삼성중공업도 당초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제안에도 불참의사를 통보한 바 있다.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현재 회사의 강점을 살리는데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지역경제 활성화 역할을 하던 중형조선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중형조선사 도산은 지역경제 쇠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선사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지역경제 침체와 고용문제도 야기했다. 또 조선기자재업체의 생태계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형조선사를 통합하고 경쟁력이 확인된 3~4가지 선종만을 주력으로 건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박 설계, 영업, 연구개발 등 중앙 역할을 할 조선사를 두고 여기에 속한 나머지 조선사는 야드(작업장)를 특화해 선박을 건조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그동안 각사가 부담하던 개발, 영업 등의 간접비용은 줄어들고 자연스레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조선업 활성화를 위한 조선업 관련 공사 개발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정부는 해운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 전담기관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출범시켰다. 조선사 자체적인 생존이나 주도적인 통합이 어려운만큼 조선업계에도 전담 지원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형조선사는 자체적으로 통합할 여력이 안 된다. 정부에서 조선업 전담 기관을 만들어 전문 경영인을 수장자리에 앉히고 조선사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3차 매각이 불발된 성동조선해양도 수의계약식으로 흡수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