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우리나라에도 고독부가 필요한 것 같은데, 나를 장관으로 임명하면 어떨까?"
'포크록 전설' 한대수(71)의 엉뚱한 질문이 책의 표피를 뚫고 나온다. 대답은 이렇다. "나는 한평생 고독이란 놈과 씨름하고 살았고, 뉴욕이라는 가장 고독한 도시에서 40년을 살아 남았으니, 충분히 자격이 있지 않을까? 고독부 장관, 한대수! 멋지다! 문제는 너무 늙었다. 하하!"
한대수가 신간 '나는 매일 뉴욕 간다'를 펴냈다. 예술가들의 도시 뉴욕에서 40년간 뉴요커로 살아온 그가 살며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엮어냈다.
뉴욕이란 도시에 바치는 일종의 헌사다. 박물관과 미술관, 예술가의 생가를 산책하고 삶과 작품을 꾸밈없는 필체로 풀어낸다. 앤디 워홀, 데이비드 보위, 오 헨리, 스탠리 큐브릭, 존 레논이 그의 여로 위 말동무가 된다.
노숙자와 가짜뉴스, 마리화나, 테러, 총기사건…. 화려한 도시 뒤 섞어 있는 그늘도 거침없는 필치로 짚어낸다. 소설가 김훈의 추천평처럼 "수많은 전위와 실험, 해체와 파괴가 소리치는 뉴욕"이다.
한대수는 1958년 조부모 초청으로 처음 미국에 갔다.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를 직접 보고 들으며 그곳에서 40년의 생을 보냈다. 이후 서울과 부산에서 지내던 중 2016년에 얻은 딸 양호와 다시 뉴욕으로 건너갔다. 자유로운 문화예술 공기가 흐르는 교육환경 때문이다.
책 서문을 여는 순간, 치열한 고독과 고통의 세월을 이긴, 자유로운 뉴요커 한 명이 세상에 외친다.
"뉴요커의 조건이 무엇인가? 10년 이상 살면서 100년 이상의 고독을 느껴야 한다. 이혼은 한 번쯤 해야 한다. 월세를 못 내서 한 두 번은 쫓겨나야 한다. 노숙자 경험을 했다면 완벽한 진짜 뉴요커다! 나는 홈리스 빼고는 다 해봤다."
'나는 매일 뉴욕 간다'. 사진/북하우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