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인천광역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를 두고 그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전문가들은 노후 관로 교체가 근본적인 방안은 아니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대대적인 관로 교체보다는 관로 안에 쌓인 침전물과 물때를 제거하는 것이 시급히 진행돼야 할 부분이란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일방적 홍보나 설득 방식이 아닌, 보다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상하수도학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는 27일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는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 구자용 대한상하수도학회 부회장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부가 붉은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노후 관로 교체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그 실효성과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염형철 이사장은 “노후 관로를 교체하더라도 같은 상황이면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노후 관로를)즉각 교체하는 것도 재정 요인 뿐만 아니라 시민 생활 불편 등 문제로 불가능하고 불합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전체 관로 20만9000km 중 20년 이상 된 것은 6만8000km, 30년 이상 된 것은 2만9000km에 달해 이를 전부 교체하는 것은 사회적·경제적 측면에서 봤을 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염 이사장은 “20년 미만 신생관과 부식 방지관로에서도 물때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상하수도 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박옥희 사무처장은 “상수도사업본부 조직쇄신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확한 판단을 해줄 전문가를 확보하고, 행정기관과 전문가만이 아닌 시민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염 이사장 역시 “공급 확대가 아니라 시민이 필요한 서비스, 전국적인 기준이 아니라 현장에 맞춘 정책, 관료들의 결정이 아니라 시민들의 선택이 존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과거 방식을 반복하지 말고 시민 참여를 이끌 수 있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현재 사태 수습과 관련해 보상과 피해지원 등을 주민과 논의하기 위해 ‘정상화추진민관합동위원회’를 만든 상태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기획조정실장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대한상하수도학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는 27일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정등용 기자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