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백색국가 제외)미래차·화학·공작기계 타격 우려

전기차·수소전기차 핵심부품 수급 난항…"일본과 경쟁력 좁혀지지만 격차 존재"

입력 : 2019-08-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산업에 미치는 후폭풍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화학, 공작기계 분야에서 국산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만큼,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면 반도체 분야 외에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 분야에서 부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연기관차는 국산화율이 90%가 넘어가지만 미래차 핵심 부품은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소전기차의 경우 차량 원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료전지 스택 구성품이나 수소연료 탱크 분야에서 국산화가 미흡한 실정이다.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수소탱크의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저가격 탄소섬유 생산기술이 필수적이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4배 가벼우면서도 10배의 강도를 갖춘 소재다. 국내에서는 일진다이아 등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일본 도레이사, 도호 등이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 분야에서도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 6월 말 홍남기 부총리가 수소전기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기획재정부
 
이안나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전기차와 관련해 기술 국산화율 99%라는 말이 흔하게 들리지만 핵심 기술은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특히 핵심 부품인 스택이나 수소저장탱크에 관한 국내 기술 수준은 미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수소연료전지 분야는 일본과 독일에서 대부분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아직 국산화가 되지 않았으며, 소개 기반 기술이 부족해 당분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일본을 방문한 점도 이번 사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전날 중국을 들러 시장 상황을 점검한 후 일본으로 이동했다. 공식적으로는 대한양궁협회 회장 자격으로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그 외에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상황을 체크하는 등 선제적 행보로 점쳐진다. 
 
전기차 배터리도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 타격 사정권 내에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포장재로 쓰이는 ‘파우치필름’은 일본 DNP와 쇼와덴코가 글로벌 시장의 70% 이상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업체들도 일본산 파우치필름을 쓰고 있다. 
 
다만 음극재, 양극재, 분리막 등의 소재는 국산화가 거의 이뤄지면서 향후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중 양극재는 LG화학이 국내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을 자체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6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파우치필름 관련 질문에 “일본의 규제 확대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럴 가능성은 적어보인다”면서 “국내 소싱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고 해외에서 조달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작기계 분야에서도 피해가 우려된다. 공작기계는 자동차, 선박 등에 필요한 기계 부품을 만드는 정말 장비이며, 특히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계는 일본과 독일이 양분하고 있지만 일본 제품의 가격이 낮아 국내 CNC 수입 중 일본산 비중은 91%에 달한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기계분야에서는 대 일본 경쟁력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뒤쳐저 있다”면서 “특히 정밀기계 분야는 개선될 조짐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체적으로 주력 산업에서 일본과의 경쟁력 격차는 좁혀지고 있지만 그 속도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자동차 분야에서 국내 업체가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일본과 기술이나 부품 등에서 맞물려있는 부분이 많다”면서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 국내 업계가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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