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검찰이 준강간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피해 당사자인 고소인에게도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범행 직전 CCTV영상 공개를 거부하다 소송을 당해 패소했다. 법원은 등장 인물 초상권 침해 정도가 크지 않을 경우 고소인의 권리구제를 위해 영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안종화)는 A씨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을 상대로 불기소 사건 열람등사 불허가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B씨를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으나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항고와 법원 재정 신청에서도 재차 기각 결정을 받은 A씨는 사건 기록 중 CCTV와 제출된 CCTV 출력 사진 열람·등사를 요청했으나 비공개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검찰이 CCTV 열람·등사를 거부한 근거는 '기록 공개로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 신체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불허토록 한 '검찰보존사무규칙'이다. 재판부는 우선 이 규칙에 대해 "법률상 위임근거가 없는 행정기관 내부 사무처리준칙으로서 행정규칙에 불과하다"며 "정보공개법상 비밀 또는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배척했다.
또한 재판부는 "화질 한계로 영상 및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은 대부분 식별되지 않거나 일부만 보일 뿐이라 공개되더라도 초상권 침해 정도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 "촬영된 장소도 식당 내부 또는 번화가이며 사람 및 차량이 오고가는 개방된 공간"이라고 짚었다. 이어 "A씨와 B시를 비롯한 일행들이 3차 회식장소 및 거리에서 일어나 걷는 장면만 포착돼 사생활 중 내밀한 영역과 관련돼 있지 않는다" "A씨가 해당 장면을 악용할 소지도 없다"고 봤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영상 및 사진에 대해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갖는 A씨가 열람·등사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며 "다소나마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영상 및 사진에는 A씨가 주장하는 준강간 범행 직전의 상황이 촬영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불기소처분의 주요 논거가 됐으므로 A씨의 권리구제 측면에서 볼 때 공개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영상 및 사진은 비공개로 인해 보호되는 개인 사생활의 비밀 등 이익보다 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원고 개인의 권리 구제 이익이 더 크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이 사건 영상 및 사진은 정보공개법의 비공개대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가 공개를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검찰이 준강간 사건을 불기소처분하면서 고소인에게도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범행 직전 CCTV영상 공개를 거부하다 소송을 당해 패소했다. 법원은 등장 인물 초상권 침해 정도가 크지 않을 경우 고소인의 권리구제를 위해 영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검 청사 전경.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