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노후된 공동주택을 재건축 이외에 활용법을 찾고자 도입된 리모델링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 추진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의 쟁점과 정책방향’에 따르면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은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건축물을 대수선하거나 일부를 증축하는 방식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서울에 준공된 공동주택의 84%가 나홀로 또는 소규모 공동주택이다. 현행 용적률 기준을 초과하는 공동주택도 다수다. 이들 공동주택 단지는 용적률도 높고 세대수도 적어 향후 재건축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건축연한이 15년 이상 되면서 주택성능, 구조안전, 주거환경 등에 개선이 필요한 고밀 아파트를 모두 재건축하기엔 현실적으로 힘들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준공된 아파트는 대부분 잠재적인 리모델링 수요 지역이다. 다만,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에 수직증축 허용이 확대되고,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이 도입되면서 추진절차가 복잡해졌다. 현재는 예전보다 안전성 확보, 기반시설 영향 등 검토, 권리 변동 등을 위한 추진절차가 추가됐다.
리모델링 종류에 따라 2차 안전진단에 권리변동계획 수립, 건축완화 세부사항 행위허가, 기반시설 영향 검토, 교통영향평가, 경관심의 등 추가적인 심의절차가 필요하다. 심의절차가 늘어나고, 심의주체가 서울시와 자치구로 이원화되면서 사업추진에 혼선이 발생한다. 동일한 사업대상과 사업계획에 대해 서울시와 자치구의 심의가 중복되는 문제가 야기돼 사업 추진이 지연될 우려가 높다.
서초구의 J아파트는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자치구 건축위 심의과정에서 아파트지구에 대한 변경사항으로 인해 건축심의가 계류. 이후 서울시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거쳐 의견 및 조치계획을 제출하고, 2017년 12월 자치구 건축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자치구 건축위 심의를 거친 후에도 서울시 도시계획위 심의에서 다시 단지 내 상가이전과 관련해 보완사항을 제출 요구해 현재 2차 안전성검토 절차를 진행 중이다.
결국, 리모델링 사업의 추진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조합과 시행사 등 사업추진주체와 자치구 담당자들도 절차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실정이다. 동일한 사업계획에 대해 서울시와 자치구가 중복심의를 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기 일쑤다. 구청장 허가 사업이기 때문에 자치구 담당자의 역량에 따라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다르게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다. 수직증축의 경우 두 차례의 안전성검토를 거쳐야 하는데, 가능한 기관은 2개 국가기관뿐이라 안전성 검토기간이 장기간 소요되며 사업이 또 한 번 지연된다.
연구진은 리모델링 사업을 서울시 도시관리체계 내로 편입시키되, 리모델링 사업의 특수성을 반영해 별도의 관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노후·고밀 소규모 아파트 단지의 주거환경, 주택성능, 구조안전 향상을 위한 리모델링 사업으로 유도하자는 취지다. 신축과는 달리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은 기존 건축물의 골조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 건축물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없다.
리모델링 사업의 특수성과 관련 정보를 지원할 수 있는 사업추진 가이드라인 또한 필요하다. 동일한 사업계획에 대한 중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절차로, 사업추진에 혼선이 발생하는 만큼 가이드라인에는 리모델링 사업의 목적 및 유형, 사업의 추진절차, 도시관리방안, 유형별 사업추진방안, 주체별 역할 등을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는 건설기술의 발전으로 기존 주택의 성능이 향상되고 인구 감소 등으로 신규 주택공급의 시급성이 낮아지면서, 기존 공동주택을 생애주기에 따라 유지·관리·수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며 “현재 주택은 유지·관리 부분은 미미해 앞으로는 공동주택 생애주기에 따른 관리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위한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이 추진되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