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어이없고 황당합니다. 전기자동차, 다시 사지 않을 겁니다."
지난 8월13일 세종특별자치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코나EV'가 불탔다. 화재 차량의 주인인 김모씨는 "사고 후 전기차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며 "주변에서도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기 때문에 다시 사지 않겠다"고 29일 말했다. 그는 "9월 중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가 나온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스트레스만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재 발생 4시간 전 세종시 코나EV 차주가 받은 충전이 완료됐다는 메시지. 사진/김씨 제공
김씨는 지난해 11월 말 코나EV를 샀다. 사고 당일 새벽 12시41분께 충전이 완료됐다는 메시지를 받았고 이로부터 4시간 후인 4시23분께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 후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국과수가 차량을 가져갔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김씨 사고를 포함해 코나EV는 최근 3개월간 국내에서 세 차례나 불길에 휩싸였다. 7월 강원도 강릉시, 8월 경기도 부천시에서 주차 중인 차량에서 불이 났다. 세 건 모두 배터리가 있는 차량 뒤 아래쪽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뿐 아니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도 지난 7월 코나EV가 폭발했다. 사고 차량은 충전 중이 아니었으며 폭발로 주차돼 있던 차고 문이 길 반대편까지 날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화재는 코나EV뿐만이 아니다. 최근 1년간 테슬라, 니오의 전기차에서도 불이 났다. 특히 테슬라의 화재 소식이 자주 들려왔는데 지난해 6월에는 주행 중이던 '모델S'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올 4월에는 중국 상하이 건물 주차장에서 배터리가 자연발화 후 폭발하는 사고가, 5월에는 홍콩 지하주차장에서 정차한 지 30분 만에 불이 난 뒤 3차례 폭발까지 있었다.
이처럼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연이어 들려오며 소비자 불안도 커지고 있다. 사고 이후 전기차 동호회 온라인 카페에는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게시글이나 댓글이 잇달았다. 한 누리꾼은 세종시 사고가 발생한 8월 13일 "유류비 아끼려고 샀다가 혹 붙인 격"이라며 "정확한 진상을 밝혀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리콜을 해줘야 하는데 자동차 회사들이 그럴지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다. 다른 누리꾼도 "정확한 원인 규명이 중요한데 도대체 뭘까"라고 지지부진한 감식 결과에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코나EV 화재의 경우 방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돼 충전 중 과열이나 배터리 등 차량 결함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릉과 세종 사고는 충전기가 꽂혀 있었으나 충전이 이미 완료된 상태였고 부천은 충전기가 아예 꽂혀 있지 않아 충전 문제보다는 배터리 결함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코나EV에는 LG화학 배터리와 현대모비스의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이 사용됐다. 요약하자면 LG화학 배터리 자체 문제일 수도 있고 BM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13일 세종시 한 지하주차장에서 불에 탄 코나EV. 사진/김씨 제공
원인에 대한 자동차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LG화학 배터리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며 "과전류 발생 시 이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장치는 하나가 아닌 여러개이기 때문에 그것들이 동시에 고장 났을 리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배터리 조립이나 시스템 문제로 불이 났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영석 선문대 스마트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조립 불량일 수도 있고 부품의 설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동을 끈 지 4~5시간 지난 차에서 열이 발생했다는 것이 이상하다"며 "배터리 열을 식히는 쿨링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 자체보다는 BMS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에 쓰이는 원통형 배터리는 니켈 비율이 80%인데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는 니켈 비율이 60%"라며 "LG화학 전기차용 배터리는 비교적 안전한 배터리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테슬라에는 파나소닉 NCA가 코나EV에는 NCM622가 쓰였는데 실제 NCA의 니켈 비율이 더 높다. 니켈 비율이 높으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주행거리가 늘어나지만 열이 발생해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
코나EV 화재 원인에 대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묵묵부답이다. 현대차 측은 "조사 중이기 때문에 아직 밝힐 입장이 없다"고 답변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