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고시원은 훨씬 열악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여기 사회주택은 다르네요. 그러고도 낮은 임대료가 가능하다니 흥미로워요.” 국내 도시계획 분야를 대표하는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소외없는 포용도시의 미래로 사회주택을 주목했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산하 포용도시연구위원회는 지난 27일 하루를 할애해 현장답사 프로그램 ‘포용도시의 현장을 찾아서’를 진행했다. 이날 현장답사에는 박인권 서울대 교수, 신동호 한남대 교수, 이재순 호서대 교수와 서울대 도시계획 관련 연구자, LH, 서울연구원, 지자체 관계자 등 총 20명이 참석했다.
2016년 유엔 해비타트에서 제안한 포용도시는 기존 지속가능한 도시에서 나아가 차별이나 사회적 배제 없이 도시공간을 공유하고 참여·소통하는 도시를 말한다. 이날 현장답사도 오전에 사회적 배제가 이뤄지는 현장으로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과 사랑방협동조합, 이주여성자조단체를 찾았다.
무엇보다도 이날 오후 현장답사에 참가자들은 사회적 배제를 보완하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사회주택에 큰 관심을 보였다. 참가자들은 광진구 군자동에서 마을과집이 노후고시원을 리모델링한 사회주택을 찾아 빈방과 시설을 둘러봤다.
이곳은 이른바 ‘서울형 고시원’으로 지난해 11월 국일고시원 화재사고 대책에 따라 방 전용면적 7㎡ 이상, 창문과 스프링쿨러를 갖춘 것은 물론 에어컨·책상·벽장 등의 개인공간과 화장실·주방·세탁기 등 비교적 넓직한 공용공간을 갖췄다.
안내를 맡은 한영현 마을과집 한국사회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존 고시원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며 “이정도로 많은 인원이 올 지 몰랐다”고 겸손해 했지만,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기대했던 것보다도 세련된 인테리어에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이사장은 “기존 고시원을 관리하던 분이 많은 연세와 스프링쿨러 등 안전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던 상황을 접하게 됐다”며 “한 층 인원을 12명에서 7명으로 줄여 충분한 커뮤니티시설과 휴게시설을 갖추고 방도 기본적인 수준을 지키면서 저렴한 임대료를 유지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영현 마을과집 이사장이 지난 27일 고시원을 리모델링한 광진구 군자동의 한 사회주택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포용도시연구위원회 현장답사 참가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사진/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이어 참가자들은 공유공간 나눔으로 이동해 사회주택과 지역자산화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했다. 최경호 사회주택협회 정책위원장은 ‘사회주택, 서민주거의 대안인가’를 발표하며 사회주택의 주요 개념과 문제의식, 대안을 논의했다.
최 위원장은 “유럽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사회주택은 2015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일부 국회의원들 반대로 관련 법조차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주택이 정권마다 등장하는 주택 브랜드가 아닌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려면 지금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연구자들은 주어진 질문시간을 넘기면서까지 “미국에서도 대안주택은 제한된 물량과 지역 활성화라는 양면때문에 논란이 뜨거운데 사회주택은 어떻게 다른가”, “서울시가 사회주택말고도 역세권청년주택과 행복주택 등 다양한 임대주택을 시행하는데 임대주택의 다양한 형태가 바람직한가”, “빈집문제가 심각한데 사회주택으로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할까” 등의 질문을 던지며 열정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답사를 마치고 박인권 포용도시연구위원장은 “사회주택은 사회적 배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수단으로서 민간의 노력과 공공의 지원이 더해진 실험”이라며 “외국은 이미 다양한 발전을 보이고 있지만 우린 아직 초창기 단계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고 지역사회를 변화할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포용도시연구위원회 현장답사 참가자들이 광진구 군자동의 고시원 리모델링 사회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