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중동발 수주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물산이 발전 플랜트 수주를 쌓아가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0년대 흡수합병한 건설부문(전 삼성건설)이 상사부문과 시너지를 내며 경쟁력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상사부문의 LNG 플랜트, 발전소 개발 물량을 확보해 경험을 축적하고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추가 수주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사장(오른쪽)이 지난달 30일 라니안 로하르 릴라이언스방글라데시LNG&파워리미티드 최고경영자와 방글라데시 메그나갓 복합화력 발전소 공사 수주 계약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해외에서 발전 플랜트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방글라데시에서 6억3000만달러(약 7500억원) 규모의 복합화력 발전소 단독시공권을 따내 이달 중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상반기에는 베트남에서 현지 업체와 컨소시엄을 맺어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공사를 수주했다. 삼성물산 지분은 61%로 약 1279억원 규모다. 외형 성장보다 내실에 집중하는 기조 탓에 수주 규모는 크지 않지만 먹거리를 쌓아가고 있다.
발전, 플랜트 물량을 발주할 연관 계열사가 없어 수주 경쟁력이 뒤떨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사내 상사부문과의 연계가 경쟁력 유지에 보탬이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사부문에서는 LNG 플랜트나 복합화력발전소 개발 등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사업을 개발하고 기획하는 일종의 시행사 역할이다. 이에 건설부문이 상사부문에서 때때로 시공 물량을 확보하며 연관 계열사 없이도 공사 실적을 쌓을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합병 전략이 두고두고 건설부문의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회사가 다년간 쌓아온 발전소 플랜트 성과도 해외 발주 물량 가뭄 속에 숨통을 틔워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과거 수주 경험을 발판 삼아 신규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물산은 국내외에서 관련 공사를 다수 수행했다. 경기도 동두천,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 지역에서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진행했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에서 LNG터미널 사업도 확보했다.
회사가 이처럼 해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던 것 역시 과거 삼성건설 합병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1993년 구포역 열차 전복 사건에 원인을 제공한 삼성건설은 이후 삼성물산에 건설부문으로 흡수합병됐고 국내 사업이 어려워졌다. 이를 계기로 해외 사업에 눈을 돌려 역량을 쌓아가며 존재감을 키웠다고 알려진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