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제 '세계주의적 리더십'을 갖춰야 할 때이다

입력 : 2019-10-21 오전 6:00:00
참으로 중요한 문제는 모두 세계적인 문제들이다. 이미 세계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거의 100% 개방된 사회다. 세계적인 문제들은 세계주의, 보편주의에 근거하여 해결해야 한다. 특정한 국가나 민족, 지역에만 통하는 국가주의, 민족주의, 지역주의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재 한국과 세계가 당면한 문제는 모두 세계적인 문제들이다.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인류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 핵전쟁으로 인한 인류 절멸, 둘째 기술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 셋째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의 합체로 인한 기술적 파괴가 그것이다. 이 문제는 모두 국경, 민족을 뛰어넘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국가주의, 민족주의는 무력하다. 아니 국가주의, 민족주의는 이들 문제를 악화시킨다.
 
그렇다고 민족주의에 기초한 지역적 충성심을 버릴 필요는 없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살아남고 번영하고 싶다면 지역적 충성심을 지구 공동체에 대한 실질적 의무감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의 의무감은 윤리를 말한다.
 
이 명제를 우리 상황에 대입해보자. 우리도 똑같은 문제를 더 구체적이고 더 절박하게 안고 있다. 첫째북한 핵 문제를 해결해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고, 둘째 환경문제를 해결해 생태계를 보존해야 한다. 셋째 기술발전을 통한 번영과 기술통제를 통한 인권 존중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모두 이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한 국가가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평화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한반도는 핵전쟁으로 인한 인류 절멸의 위험을 안고 있다. 한반도에 핵전쟁의 위험이 없는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이의 소망이다. 그리고 인류를 핵공포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하는 것은 정치 지도자들의 의무다. 이해당사자는 북한,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이지만 이들만이 문제는 아니다. 핵전쟁이 발생하면 인류가 절멸하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가 국가만의 이해득실에 충실하다면, 그리고 민족주의에 충만해 있다면 전쟁의 위험은 높아진다. 세계주의에 기초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민족주의는 영토를 가장 중시한다. 민족주의는 항상 영토의 복원, 확대와 관련되어 있다. 나치 독일은 독일인이 사는 모든 땅에 대한 주권을 주장했다. 그 결과는 오스트리아와 폴란드 침공이었고 이어진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일본 역시 영토를 중요시한다. 과거 일본은 조선, 대만, 만주, 남방열도를 지배하려고 했다. 결과는 태평양전쟁이었다. 현재 일본은 한국과는 독도를 중심으로, 러시아와는 북방 열도를 중심으로, 중국과 대만과는 센카쿠열도(다오위다오 도서)를 중심으로 영토 분쟁 중이다.
 
자칭 위대한 역사를 가진 민족들이 만나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대뜸 무력부터 행사한 것이 인류의 역사다. 민족주의는 윤리적 지침, 대화와 타협에 기초한 평화적인 문제해결에 관한 한 상상력이 부족하다.
 
최근 북미실무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다. 아직 대화와 협상의 여지와 시간은 남아 있지만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평양의 남북한 월드컵 예선 축구도 무관중이라는 이상하고도 불길한 방식으로 열렸다. 한일 관계도 좋지 않다. 다행히 일왕 즉위식에 총리가 참석하고 정상회담도 모색한다고 하지만 회복의 길은 아직 멀다.
 
한반도를 둘러싼 문제는 민족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다. 민족주의에 근거한 충성심을 배척할 필요는 없지만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세계주의적 관점이 필요하다. 유럽연합 헌법에서 말한 것처럼 자국의 국가 정체성과 역사를 자부심과 함께 유지하면서 이전의 분열을 초월해 훨씬 긴밀하게 뭉쳐 공동의 운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올해 안에 북미실무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열려 북핵 문제 해결방안이 도출되고, 한일정상회담도 열리고, 남북관계도 획기적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분열을 초월해 긴밀하게 뭉쳐 공동의 운명을 만들 긴 안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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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