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허인 국민은행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하며 1년 더 지휘봉을 잡게 됐다. 지난 2017년 취임 후 내실위주의 영업 전략으로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거둔 데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혁신금융 추진 등 조직문화 개선을 이끌어 온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로 보인다. 다만 저금리로 인한 순이자마진(NIM) 하락 등 은행권 영업환경 악화가 예고되고 있는 만큼 풀어야할 과제도 산적하다.
24일
KB금융(105560)지주는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허인 현 행장을 재선정했다고 밝혔다. 대추위는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위해 지난달 27일 은행장 후보 선정기준과 절차에 대한 중지를 모았으며, 특히 내달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허 행장에 대해선 재임기간 중 경영성과와 중장기 경영전략 실행력, 조직 관리 리더십 등을 종합 검토해 후보로서 적정하다고 결론지었다.
1961년생인 허 행장은 2017년 취임 당시 국내 은행장 중에서는 첫 1960년대생 행장이라는 타이틀로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옛 장기신용은행의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여신심사본부장(상무)·경영기획그룹대표(CFO)·영업그룹대표(부행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행장 취임 이후 그룹 디지털혁신부문장을 도맡아 은행과 그룹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추진하기도 했으며 이달 중 가상이동통신망(MVNO) 서비스 ‘리브M’도 출시할 계획이다.
실적 또한 안정적이다. 실제 허 행장 취임 전인 2017년 상반기 1조2092억원에 머물렀던 당기순이익은 올해 1조3501억원으로 뛰었다. 리딩뱅크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신한은행이 올 상반기 1조2818억원의 순익을 시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폭 앞선 것이다. 아울러 회장·행장 분리 경영 이후 최근 2년간 윤종규 KB금융 회장과도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대추위 관계자 또한 허 행장 재선임에 대해 “2017년 취임 이후 탄탄한 경영성과를 달성하고 있고,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특유의 적극적 소통과 화합의 경영으로 사람 중심의 조직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견고화와 디지털시대 기업문화 정립·고객중심 서비스 혁신·민첩한 조직체계 구축 등 그룹의 4대 중장기 경영전략의 일관성 있는 추진으로 금융혁신을 주도할 리딩뱅크 입지 강화 필요성 등 여러 측면을 종합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저성장 국면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 방어와 비이자이익 확대·디지털 플랫폼 강화 등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내년부터 새로운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규제가 도입되는 데다 최근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원금손실 사태로 인해 비이자이익 부문의 공격적인 영업에도 제약이 가해지고 있어서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허 행장의 숙제가 된 것이다.
한편 허 행장의 연임은 오는 11월 중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심층 인터뷰 등 최종 심사·추천을 거쳐 은행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임기는 그룹 내 계열사 대표이사의 사례와 동일하게 1년으로 정해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내년 11월에 끝나기 때문에 허인 행장의 연임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당연한 수순”이라며 “통상 은행장은 차기 회장 후보 1순위로 꼽히는 만큼 내년 1년간의 실적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이 은행장 후보로 재선임 됐다. 사진/KB금융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