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이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 등 대형 SUV의 성공적 미국 출시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제네시스 ‘GV80’, 신형 ‘쏘나타’ 등의 신차 출시를 고려하면 향후 실적도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5만9029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대비 11.3% 증가한 수치다. 10월까지 누적 판매는 58만478대로 전년 동기(55만4686대)보다 4.6% 늘었다. 기아차도 10월 전년 동월대비 10.9% 증가한 5만7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10월까지 누적 판매도 51만360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49만7144대) 대비 3.3% 상승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합산 점유율은 7.7%로 지난해 7.4%보다 0.3%포인트 늘었다.
미국 시장이 10월까지 1411만1997대로 전년 대비 1.1%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다른 브랜드의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16.9%에서 0.2%포인트 하락한 16.7%로 집계됐다. 닛산과 토요타도 전년보다 0.5%포인트, 0.2%포인트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합산 점유율은 7.7%로 지난해 7.4%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텔루라이드 모습. 사진/기아차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저효과 및 펠리세이드, 텔루라이드 등 SUV 신차 판매가 양호한 판매의 주 요인”이라며 “미국 자동차 수요는 내년에도 감소 추세가 이어지면서 시장 규모가 1700만대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팰리세이드는 6월 383대를 시작으로 7월 4464대, 8월 5115대, 9월 3495대, 10월 4357대 등 월 4000~5000대 수준의 실적을 보이면서 총 1만7814대를 판매했다. 텔루라이드도 2월 315대를 시작으로 7월 4559대, 8월 5700대, 9월 5049대, 10월 6075대 등 총 4만4610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현대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단 위주의 라인업으로 인해 SUV로 재편되는 미국 시장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1년 사이에 현대차와 기아차가 대형 SUV 출시로 SUV 풀라인업을 구축하면서 SUV 모델들도 안착하는 분위기다.
그 외에 ‘싼타페’는 10월 누적 10만7283대로 월 1만대가 넘는 실적을 보이면서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코나’와 ‘제네시스’는 같은 기간 6만652대, 1만6844대로 각각 84.9%, 81.5% 급증했다. 다만 세단 모델인 ‘엑센트’와 ‘엘란트라’는 6.8%, 16.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팰리세이드 출시 모습. 사진/현대차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의 SUV 경쟁력, 향후 출시 계획 등을 감안하면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조수홍 연구원은 “기아차는 텔루라이드 증산을 시작했고 현대차는 이달부터 신형 쏘나타의 미국 생산을 개시하며, 내년 주요 신차는 기아차 셀토스, K5, 쏘렌토, 현대차는 베뉴, GV80, G80 등”이라며 “미국공장 가동률 회복 및 인센티브 안정화, 원화약세 등 우호적인 환율 상황도 미국 판매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성 메리츠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차는 구형 세단 모델의 판매 부진에도 신형 SUV 판매 호조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며 “기아차는 내년 출시가 예정된 구형 SUV 모델의 재고 소진을 통해 높은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고, SUV 판매비중도 65%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장 전반적으로 인센티브를 높이고 있지만 양사는 할인 폭을 줄여가면서 판매를 늘리고 있다”면서 “양사의 SUV 신차효과는 여전히 초기 국면이어서 판매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신흥 시장에서의 수요 위축과 판매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시장별 상황과 고객들의 니즈에 맞는 신차를 적재적소에 투입해 꾸준한 판매 증가를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건물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