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수입차 업계를 중심으로 중고차 판매업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의 참여를 통해 불신이 팽배한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해 수입차 업계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중고차 판매업은 올해 2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추전 요청이 공고됐으며, 중소벤처기업부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중고차 판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 진출이 제한됐고 올해 2월 지정 기간이 만료됐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분류되면 대기업은 5년간 관련 사업을 할 수 없다.
우선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중고차 유통시장은 규모에 비해 소비자의 안전과 권리를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적합업종 지정에 반대 의견을 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거래 규모는 연간 220만대 수준으로 금액으로는 연간 27조원에 달한다.
전북 전주시 부근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최용국 KAIDA 상무는 “중고차 판매업은 막대한 초기 자본이 투자돼야 하며, 특히 수입 중고차의 경우 고가 브랜드들은 대당 소비자 구매가격이 1억원을 넘는 경우도 많다”면서 “사실상 소상공인들이 취급할 수 없는 사업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고차 시장 정책은 구매자의 신뢰 제고 및 차량품질 보증, 규모의 경제 등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입차 업계는 일부 회원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인증 중고차 시스템’이 확산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업체가 직접 자사 중고차를 검증해 인증을 거쳤기 때문에 기존 시장에 비해 신뢰도가 높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4일 발표한 ‘중고차 시장 소비자 인식’ 조사결과에서도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감이 높았으며, 대기업의 참여를 희망하는 응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이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4%는 국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인식한 반면, 17.5%만이 투명·깨끗·선진화됐다고 답했다.
부정적인 인식의 주요 원인으로는 △차량상태 불신(49.4%) △허위·미끼 매물 다수(25.3%) △낮은 가성비(11.1%) △판매자 불신(7.2%) 순이었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대기업의 신규 진입과 관련해서는 51.6%가 찬성했고 23.1%는 반대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또한 한국소비자원은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중고차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총 793건이라고 밝혔다. 이 중 ‘성능·상태 점검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른 경우’가 632건으로 79.7%를 차지했다. 또한 중고차 피해구제 신청 사건 중 52.4%만 사업자와 합의가 이뤄졌다.
반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을 의식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하고 있다. 다만 규제가 완화될 경우 현대자동차 등은 곧바로 적극적인 시장 진출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11월 자동차 라이프 관리 앱 ‘플카’를 출시했고 현재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13일 기준 플카에 올라온 중고차 매물은 6만8000대에 달한다. 여기에 현대차, 기아차의 판매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시장에 막강한 영량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 등 대기업이 진출할 경우 기존 영세 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현재 중고차 시장이 고객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참여를 바라는 분위기가 있다”면서도 “대기업의 시장 참여와 시스템이 정비되면서 중고차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점도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