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한 새 책)‘호텔 창문’, ‘일생 일대의 거래’ 외

입력 : 2019-11-14 오후 1:53:4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김유정 문학상’은 한 해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중, 단편소설 중 뛰어난 작품을 선별해 시상한다. ‘뛰어난’이란 기준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주요 흐름을 짚어내는 것이다. 올해 수상작은 죄의식을 주제로 쓴 편혜영 작가의 ‘호텔 창문’. 등장인물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축도에 해당한다. 죄로 확정 지을 수 없는 것을 죄로 규정하거나 과도한 죄의식을 타인에게 부여하는 이 시대적 환영이 아른거린다. 김금희, 조남주 등의 수상 후보작도 함께 실렸다.
 
 
호텔 창문
편혜영 외 6명 지음|은행나무 펴냄
 
암 선고를 받은 주인공은 지난 생을 돌아본다. 성공만을 좇다 가족들을 살피지 못한 삶. 오래 전 멀어진 아들에게 용기 내본다. 편지를 쓴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생은 짧게 스쳐가는 선물임을, 주변과 어떻게 나누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될 수 있음을. 객관적 수치로 삶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세상이지만 진정한 삶의 가치는 내 곁의 이들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인 저자 역시 크리스마스이브 늦은 밤, 잠든 아내와 아들을 보다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이은선 옮김|다산책방 펴냄
 
1900년대 초 미국. 종일 고개를 수그리고 일하는 한 남자의 일상은 지루하기 이를 데 없다. 어울리지 않는 콧수염에 파란 정장으로 반복적인 일과를 보내는 미스터 렌.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상속을 받는 그는 배를 타고 세계 여행을 떠난다. 소 치는 일꾼으로 고용돼 일을 하고, 운명처럼 다가오는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 소시민적인 한 남자의 낭만적인 삶과 사랑 이야기. 1930년에 미국인 최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유쾌하고 낙천적인 단막극을 이 안에 그려냈다.
 
 
우리의 미스터 렌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김경숙 옮김|레인보우퍼블릭북스 펴냄
 
저자들은 패션쇼, 웨딩, 화보 등을 종횡 무진하는 미국 플로리스트들이다. 여러 색감을 조합한 이들의 꽃 작품은 네덜란드 정물화의 풍요로움을 닮아 있다. 책에서 두 저자는 400종이 넘는 꽃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캐치한다. 꽃 사진으로 색상 스펙트럼 전체를 정리하고 꽃과 색의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계절별, 색상별 조합 뿐 아니라 꽃의 특징, 관리 요령, 시장 출하 여부 등도 다룬다. 전문 플로리스트나 이벤트 플래너, 식물을 애정하는 이들이라면 읽어 봄직한 책.
 
 
플라워 컬러 가이드
대록 & 마이클 퍼트남 지음|김정용 옮김|아트앤아트피플 펴냄
 
철학자 헤겔의 말처럼 ‘인정 투쟁’이 인간의 삶이다. 인간은 생존 욕구 다음으로 인정, 애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심리상담가인 저자에 따르면 누구에게나 있는 이 인정 욕구가 착한 사람들의 경우 특히 큰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자신을 위한 선택보다 버림 받지 않기 위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거절하느니 맞춰주고 욕 좀 먹는 걸 죽기보다 싫어 한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 책은 내 감정과 나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를 일러준다.
 
 
당신 생각은 사양합니다
한경은 지음|수오서재 펴냄
 
인류 최초의 약 탐험가는 다양한 풀을 먹으며 자가 치료에 도전했다. 미라 주머니에서 발견된 자작나무버섯은 편충 치료제였다. 양귀비 열매, 푸른 곰팡이, 돼지 췌장…. 제약 산업 최전선에서 35년 일한 저자는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의 역사를 추적한다. 아스피린, 인슐린, 항생제, 당뇨병약, 피임약 등 영화처럼 생생한 신약 개발의 장면을 펼쳐 놓는다. 거대한 금액에 따라 붙는 제약산업의 여러 부정행위, 돈 될 만한 연구에만 뛰어드는 병폐 등도 함께 짚는다.
 
 
인류의 운명을 바꾼 약의 탐험가들
도널드 커시, 오기 오거스 지음|고호관 옮김|세종서적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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