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밴드신의 ‘찬란한 광휘’를 위해 한결같이 앨범을 만들고, 공연을 하고,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TV를 가득 메우는 대중 음악의 포화에 그들의 음악은 묻혀지고, 사라진다. ‘죽어버린 밴드의 시대’라는 한 록 밴드 보컬의 넋두리처럼, 오늘날 한국 음악계는 실험성과 다양성이 소멸해 버린 지 오래다. ‘권익도의 밴드유랑’ 코너에서는 이런 슬픈 상황에서도 ‘밝게 빛나는’ 뮤지션들을 유랑자의 마음으로 산책하듯 살펴본다. (편집자 주)
에몬과 소카베. 사진/ⓒChihiro Kudo
싱어송라이터 에몬(32)은 올해 5년 만에 2집 ‘네가 없어질 세계’를 냈다. 80~90년대 정서가 묻은 목소리는, 그 자신을 두른 세계의 고민을 낭랑하게 뱉어낸다. 클라리넷에 시타르, 팅샤, 퍼커션까지 동원한 소리 실험은 단순히 특정 장르로 재단 짓기 힘든 독특함이 있다. 그러나 음원 사이트의 카테고리는 자꾸 그를 포크 가수로 한정해 버린다.
“제 스스로 포크 뮤지션이라 한 적이 없어요. 물론 포크의 문법을 이용하지만 그때 그때 곡 정서에 따라 거기에 어울리는 악기와 소스를 넣거든요.”(에몬)
자택 작업실에 있는 소카베(오른쪽)와 음향엔지니어 겸 필로스플래닛 대표 신재민씨. 사진/Yuki.M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소카베 역시 음표로 자신을 두른 세계의 정경과 고민을 읊조린다. 시모키타자와에서 생활하는 일상과 흡사 인생 같이 이어지는 춘하추동, 발랄하게 부서지는 8월의 여름….
“반복되는 계절은 우리들 인생 같지 않나요. 불타오르는 여름은 뜨거운 사랑과 닮아 있죠. 모든 게 잊혀질 정도로 짜릿한.”(소카베)
소카베는 솔로와 그룹 활동을 병행 중이다. 27년차 뮤지션 소카베에게 음악은 여전한 재미. 늘 새벽을 넘고 아침을 맞닥뜨릴 때까지 곡을 쓴다. 전날 에몬과의 공연, 이어진 회식 후에도 그는 호텔에서 새 곡을 썼다.
“최근엔 일본에서 낼 베스트반 선곡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요즘 그간 써왔던 곡들을 계속 듣고 있는데, 어제는 왠지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자연스럽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요.”(소카베)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에몬과 소카베. 작업 노트를 펼쳐보이는 소카베(오른쪽)와 이를 찍는 에몬.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작업 노트를 펼치며 그가 웃었다. 옆에 있던 에몬이 소스라쳤다. “20~30년 차 뮤지션들이 이렇게 열심히 사신다는 걸 보니 충격이네요. 행복하기도 한데 자극이 되네요.”(에몬)
두 사람은 다양한 실험을 거쳐 자신 만의 음악을 빚어내는 중이다. 서로 닮아 가는 두 뮤지션은 서로의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에몬씨의 음악은 70년대 비틀즈 이후 샌디 데니 같은 애시드포크 느낌이 나요. 2집 역시 단순한 포크라기 보단 팝적인 요소가 강하죠. 오토튠이나 힙합적 요소 없이, 일체 오리지널 악기로 이런 현대적인 감성을 끌어낸다는 게 놀라웠어요.”(소카베)
“소카베씨의 음악은 늘 자극이었어요. 활동 중간 제가 쉬었던 기간이 꽤 긴데 그럴 때마다 소카베씨의 공연은 제게 다시 음악할 수 있는 힘이었어요.”(에몬)
에몬 작업실에 모여 있는 에몬, 소카베, 관계자들. 사진/필로스플래닛
서로 닮아가는 두 뮤지션에게 음악은 어떤 느낌일까. 스스로의 음악을 여행지에 빗대 달라는 요청에 두 뮤지션은 닮아가는 세계를 데칼코마니처럼 그렸다.
“유럽 어딘가의 낯선 거리. 혼자서 혹은 연인과 둘이서 함께 하는 느낌일까요. 음악은 현실에 맞서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식을 주는 장소이기도 하니까요.”(소카베)
“꿈 속의 거리를 걷는 과정. 꿈은 현실의 나를 반영하기도, 소망을 반영하기도 하니까요. 눈 앞의 장면들이 계속 바뀌고, 정확히 어디인지는 몰라도 그 곳을 걷고 있는 사람이 ‘나’라는 것만은 분명하죠.”(에몬)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