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한식 다크호스 '비비고', 죽 시장도 후루룩…CJ제일제당, 업계 1위 도전

2020년 1천억대 메가브랜드로 육성…'파우치 죽'으로 시장 선도

입력 : 2019-11-17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죽의 기본인 쌀, 육수, 원물에 집중한 1년간의 치열한 고민이 시장에서 통했다."
 
정효영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식품개발센터 수석연구원. 사진/CJ제일제당
 
정효영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식품개발센터 수석연구원은 이 같이 말하며 '비비고 죽'을 1000억원대 메가 HMR 제품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 위치한 CJ블로썸파크. 국내 최초 상온 파우치형 '비비고 죽'을 탄생시킨 이곳에는, 비비고 죽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6~7층 위치한 식품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은 완성도 높은 죽을 만들기 위해 쌀 도정 등의 실험을 했다. 한 연구원은 식감이 좋은 쌀 도정 정도를 찾기 위해 스캐너로 쌀 이미지를 분석했다. 또 레토르트실에 위치한 연구원은 용기 형태별 알맞은 살균 방법을 적용하고자 여러 종류의 살균 기계를 다뤘다. 
 
CJ제일제당 비비고 죽 연구원들이 쌀의 낱알을 스캐닝해 분석하는 모습.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이 같이 연구 역량을 고도화해 죽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소비자들이 죽을 전문 매장에서 특별식으로 먹어왔던 패러다임을 바꿔, 일상식 개념으로 전환을 유도하면서다. 정 수석연구원은 "파우치 죽 수요 창출을 통해 상품죽 시장 성장을 리딩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비비고 죽은 지난해 제품을 출시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비비고 죽은 지난해 11월 첫 출시한 이후 10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2000만개, 누적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다. 닐슨 데이터 기준 CJ제일제당의 올해 1~9월 시장점유율은 35.7%로, 업계 1위인 동원(44.3%)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 동원(60.2%), 오뚜기(21.2%), CJ제일제당(4.1%)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큰 성장이다.
 
무엇보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상온 파우치 죽'의 성과가 눈에 띈다. 파우치죽 시장 내 비비고 죽 점유율은 현재 80%가량이다. 아울러 상품죽 전체 시장에서 파우치죽 비중이 6%에 불과했던 과거에 비해, 올 3분기에는 36%로 증가했다.
 
CJ제일제당 비비고죽 제품 이미지. 사진/CJ제일제당
 
비비고 죽이 이처럼 1년 만에 죽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나타낸 데는 햇반 등 상온 HMR 제조기술력과 노하우를 비비고 죽에 적용하면서다. CJ제일제당은 상온 비비고 죽을 개발하기 위해 6명의 '쌀 가공 분야 및 상온 HMR 제품 전문가'로 연구개발팀을 꾸리고 차별화 기술을 개발했다. 
 
'맞춤식 자가도정 기술'이 대표적이다. 맞춤식 자가도정 기술은 국내 가공식품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CJ제일제당이 도입했다. 타사 죽 제조업체가 이미 도정된 백미를 받아 죽을 제조하는 반면, CJ제일제당은 해당 상품별로 알맞게 직접 도정한 쌀을 사용한다. 
 
'레토르트 살균기술'도 기존 업체와 다른 방식을 적용한 차별화 요소다. 기존 파우치 죽은 한 번 조리된 뒤 살균 공정을 진행하지만, 레토르트 살균기술을 도입한 비비고 죽은 제품 조리와 살균을 동시에 진행한다. 가열 시간을 줄여 레토르트 특유의 냄새를 없애고, 식감을 살릴 수 있다. 또 비비고 국물요리 노하우를 접목한 '육수 및 원물 전처리 기술'을 통해 메뉴별 육수 종류 및 고명 크기, 슬라이스 방식 등을다양화했다. 
 
CJ제일제당은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파우치죽 시장을 더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외식 수요까지 감안해 시장에 진출한 만큼, 상품죽과 전문점 죽을 아우르는 연간 5000억원대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이에 전문점 메뉴의 비비고 파우치죽 2종(동지팥죽, 들깨버섯죽)을 연내에 추가로 내놓는 등 15개의 제품을 판매한다. 판매량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오는 2020년에는 블로썸캠퍼스, 부산공장 등 2곳을 추가 거점 공장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비비고 죽 정영철 HMR상온마케팅담당 부장. 사진/CJ제일제당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CJ제일제당은 죽과 비슷한 형태의 물성 있는 부드러운 음식은 대부분 국가에 존재해 해외 시장에서도 비비고 죽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봤다. 실제로 중국은 쌀이 많이 뭉개진 형태의 ‘죠우’를 즐겨 먹고, 일본은 쌀에 한 가지 정도 재료만 넣는 ‘카유’가 있다. CJ제일제당은 7000억원 규모의 죽 시장을 형성된 중국과 동남아 시장 등을 우선 공략해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정영철 CJ제일제당 상온HMR마케팅담당 부장은 "현지와 비슷한 형태의 메뉴와 국내 완제품을 두 가지 방향의 판매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단기적으로 내년 정도에 해외 시장 진출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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