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SK바이오팜이 내년 상반기 상장 성공을 위한 팔부능선을 넘었다. 기업공개(IPO) 관건이었던 뇌전증 신약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하며 단숨에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2일 FDA로부터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의 시판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최근 진행 중인 상장 추진과정에서 엑스코프리 허가 여부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던 만큼, 내년 초쯤 예상되는 IPO 역시 성공적일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부분 발작 치료제 FDA 시판 허가를 획득한 엑스코프리는 지난 2001년 기초연구를 시작으로 신약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허가 신청 및 승인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한 국내 첫 사례다. 현재 7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전세계 뇌전증치료제 시장 규모는 오는 2021년에는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로써 연초 수면장애신약 '솔리암페톨'부터 엑스코프리까지 올해만 2건의 FDA 품목허가를 획득한 SK바이오팜의 가치는 껑충 뛰게 됐다. SK바이오팜은 지난 3월 FDA로부터 수면장애신약 '솔리암페톨'이 품목허가를 받은데 이어, 이달 15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판매 승인 권고를 받는 등 유럽 진출까지 초읽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엑스코프리가 내년 2분기 미국 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상장 이후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을 위한 성장 동력 역시 충분하다는 평가다. SK바이오팜은 지난달 25일 한국거래소에 상자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연말 상장예비심사 결과 이후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 세부적인 상장 일정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심각한 변수가 존재하지 않는 한 내년 상반기 상장이 전망된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엑스코프리 시판허가 획득으로 SK바이오팜의 IPO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시장 점유율 5% 달성에 성공할 경우 탁월한 발작 완효효능을 바탕으로 최대 1조원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이번 엑스코프리 허가로 SK바이오팜이 최소 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국산 신약 개발에 도전했던 주요 기업 파이프라인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던 만큼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는 더욱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SK바이오팜은 현재 △정신질환 △대장증후군 △희귀 신경질환 △파킨슨병 △인지장애 △집중력장애 △조현병 치료제 등 8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이번 성과는 SK바이오팜뿐만 아니라 SK그룹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1년 모그룹 제약·바이오사업 부문에서 분사한 신약개발사로 지주사의 100% 자회사다. SK바이오팜 입장에선 그룹 차원에서 꾸준히 무게를 실어온 바이오 분야에서 올 들어 연달아 굵직한 성과를 내면서 향후 든든한 지원사격에 대한 명분을 획득했고, 그룹 역시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육성의지 아래 꾸준히 역량을 키워온 바이오산업에서 성과를 도출했다. 오는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핵심으로 키우겠다는 목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SK바이오팜 소속 연구원들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사진/SK바이오팜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