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스타트업 행사 '컴업 2019'에 박재욱 VCNC 대표가 등장했다. 그는 컴업 모빌리티 세션의 기조연설자로 나와 "공급자 중심이던 이동 서비스를 이용자 중심으로 만들어 소비자 편익을 높였다"며 타다가 모빌리티 시장을 어떻게 '혁신'했는지 설명했다.
그로부터 나흘 만인 지난 2일, 박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11인승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이용해 면허 없이 불법으로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을 운영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 대표는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짧은 말만 남기고 법원에 들어갔다. 법정에서 검찰은 타다 서비스에 대해 "'혁신 모빌리티'를 표방했지만 실상은 불법 콜택시 영업"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출시 1년을 갓 넘긴 서비스 회사의 대표가 불과 나흘 만에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카풀을 시작으로 한 모빌리티 갈등이 해를 넘길수록 격화하며 그동안 관련 스타트업들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변경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업계는 정부 부처가 명확한 입장을 내주길 바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유관 부처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를 보이며 업계는 불안정한 운행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타다의 경우도 검찰 기소 발표가 있고 나서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박영선 중기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검찰 결정이 성급하다며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스타트업 사업자들은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의지에 의문 부호를 던져왔다. '혁신 스타트업',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등 포장지를 감싼 부처 홍보 행사에는 초대하지만, 정작 목소리를 대신해야 할 때는 무관심하다며 속앓이를 하는 중이다. 모빌리티뿐 아니라 숙박 공유, 헬스케어, 인공지능(AI) 등 기술 기반 정보기술(IT) 스타트업 공통의 사례다. 한 앱 기반 스타트업 관계자는 "처음에는 예비 유니콘이라며 불러놓고 이후 행사가 있을 때마다 참석을 요청하니 일정을 조율하기 난감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연구개발(R&D) 비용 지원, 제도·인프라 혁신, 펀드 조성 등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들이 있다. 이를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스타트업이 뛰어놀 바탕을 마련해주는 것은 정부의 분명한 역할이다. 여기에 힘을 얻을 수 있는 정부 입장 한마디가 보태진다면 사업 의지가 초창기부터 꺾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동현 중기IT부 기자 (esc@etomato.com)